시장·재계 관세정책 수정 요구 정면 거부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코멘트. ⓒ트루스소셜 캡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코멘트. ⓒ트루스소셜 캡쳐.
    고율 관세 정책으로 뉴욕증시가 급락하고 월가와 대기업 CEO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이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는 월스트리트를 대변하는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는 금융시장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관세 정책을 수정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시장과 재계의 압박을 정면으로 거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나는 노동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다. 월스트리트가 아닌 메인스트리트를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며, 정치 기득권층이 아니라 중산층을 보호하고, 전 세계 무역 사기꾼들이 아닌 미국을 지키는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상호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커지며 주가가 하락하고, 그에 반발한 월가와 대기업 CEO들의 조직적인 항의가 잇따르자 나온 메시지다. 특히 최근 며칠 사이 뉴욕증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혼란 속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등은 트럼프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의 최대 지지 기반 중 하나였던 억만장자 기부자들과 일부 대기업 CEO들마저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 켄 그리핀은 관세를 "엄청난 정책적 실수"라고 했고, 게임스탑 CEO 라이언 코헨은 "관세가 나를 민주당 당원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역시 백악관의 무역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계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아름다운 일'로 표현하며 강행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관세가 제조업 국내 복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의 혼란은 장기 변화를 위한 일시적 충격"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뉴욕증시는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0.01포인트(−0.84%) 하락한 3만7645.59에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79.48포인트(−1.57%) 떨어진 4982.77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35.35포인트(−2.15%) 하락한 1만5267.91로 마감했다.

    특히 S&P 500 지수가 5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4년 4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며, S&P 500은 지난 2월 기록한 사상 최고점 대비 19% 하락해 ‘약세장(bear market)’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가에서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할 경우 통상 약세장으로 분류한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고율 관세 정책의 궁극적인 타깃은 중국이다. 그는 줄곧 중국을 무역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 행위의 중심으로 지목해 왔고, 이번 상호관세 역시 대중국 압박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해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먼저 물러설 뜻을 보인 것은 아니다.

    관영 중국 중앙TV(CCTV)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이날 오후 공개한 게시물에서 미국이 모든 대(對)중국 일방 관세를 취소하고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한 중국의 입장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당연히 협상의 문을 닫지 않았지만, 결코 이런 (미국의 현재) 방식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이 강한 비즈니스 단체인 미국 상공회의소가 신규 관세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에 소송을 걸지 고려 중"이라며 "미국 상공회의소 및 올바른 방향을 대변하는 더 많은 세력이 미국의 악행을 막든 못 막든 우리는 냉정함과 침착함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미·중 양국이 서로 물러서지 않는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런 방식이어선 안 된다"고 못 박은 것은 결국 미국이 먼저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로, 사실상 선제 양보를 촉구한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