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일 싱크홀 메우기 작업복구되면 사고 원인 조사 의문"교통 편의 필요…책임 규명 어떻게?""인재(人災)가 천재(天災)되면 안돼"
  •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 현장에 복구 작업을 위한 흙더미가 산적해 있다. ⓒ정혜영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 현장에 복구 작업을 위한 흙더미가 산적해 있다. ⓒ정혜영 기자
    서울시가 강동구 싱크홀 사고 지점에 대한 복구 작업을 우선 추진한다. 다만 땅꺼짐 구간 도로가 보강되면 30대 남성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의 '원인 규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나온다.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는 불가피하지만 향후 원인 분석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경우 시민 안전에 대한 불안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는 강동구 명일동 땅꺼짐 사고 지점에 대한 도로시설물을 복구한 뒤 오는 20일부터 도로 통행을 재개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교통 불편을 줄이기 위해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와 협의한 결과다.

    이에 따라 지난 4일부터 '지하부' 9호선 연장 공사 현장의 터널 내부 보강 및 '지상부' 땅꺼짐 지점 되메우기 작업이 시작됐다.
  •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 지점에서 강동구의회 관계자들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 지점에서 강동구의회 관계자들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조사 끝 복구 시작? 불안은 시민 몫

    문제는 명확한 사고 원인 조사보다 복구가 우선시되면 향후 시민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원인 규명에 따른 책임자 처벌,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원인 진단을 위해 지상 되메우기 작업에 참관해 시료 채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병용 서울시 재난안전실장도 "복구 과정에서 사고의 원인 조사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원인 규명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가지 원인 가운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면 싱크홀 방지 대책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국토교통부가 구성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지하철 9호선 연장 사업의 영향 ▲지하수 유출 ▲상수도관 노후화 등 여러 원인을 두고 분석을 진행 중이다. (관련 기사: [단독] '싱크홀 방지법' 제정하고도 … "용역보고서 '지하수 흐름' 부실 작성")

    박창근 교수는 "서울시가 원인 분석을 제대로 안 하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연희동 싱크홀 당시에도 지하수 발달, 상하수도 노후화 등을 이유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 지난달 27일 오후 명일동 싱크홀 사고 현장에 희생자 추모 꽃다발이 놓여 있다. ⓒ정혜영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명일동 싱크홀 사고 현장에 희생자 추모 꽃다발이 놓여 있다. ⓒ정혜영 기자
    ◆ 조사⭢분석 남았다 … "책임 소재 가려야 선진 행정"

    사고 원인 '조사'는 마무리됐으니 원인 '분석'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사고조사위에서 현장 조사를 마쳤기에 복구 작업에 착수했을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현장 훼손이자 원인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명기 교수는 "싱크홀 사고 발생 이후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다"며 "그동안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나 사진 증거 등을 통해 어떤 결론을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원인 조사를 토대로 한 분석 단계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시민들의 교통 편의도 확보해야 한다"며 "일주일이면 물리적으로 현장 조사를 충분히 완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는 후진 행정에서 탈피해 선진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진국에선 인재(人災)가 천재(天災)가 된다"며 "불가피한 재해라 하더라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밝혀서 제도 개선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폭 20m, 깊이 18m 규모 땅 꺼짐으로 오토바이 운전자인 30대 남성 1명이 매몰돼 결국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