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디포 공동 창립자 "진지하게 협상할 기회도 안 줘" 지적JP모건 회장도 "경제성장 둔화 우려…美 필연적으로 약해질 것"최측근 머스크 CEO에 트럼프 지지자들, 월가 '큰 손'들도 비판 가세
  • ▲ 미국 켄터키 의사당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에 반대하는 '핸즈 오프!(Hands Off!)' 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50405 AP/뉴시스. ⓒ뉴시스
    ▲ 미국 켄터키 의사당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에 반대하는 '핸즈 오프!(Hands Off!)' 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50405 AP/뉴시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여파로 미국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을 '패닉' 상태로 내몰자 관세정책을 비판하는 미국 억만장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을 지지해온 인물들조차 거친 목소리로 미국의 관세가 지나치다며 하루빨리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최대 건축자재 판매업체 홈디포(Home Depot)의 공동 창립자로, 공화당을 오랜 기간 지지해온 켄 랭곤은 7일(현지시각) 보도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관련해 참모들로부터 "제대로 조언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베트남에 대한 46% 상호관세 부과와 관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며 "차라리 '전화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편이 낫다"고 꼬집었다.

    중국에 대한 34% 상호관세에 대해서도 "너무 공격적이며 너무 빠르다"면서 "진지하게 협상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랭곤은 "더 건설적인 접근방식은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한 다음 각국과 양자협상을 하는 것"이라며 "빌어먹을 관세 산정공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일 모든 무역 대상국에 10%의 기본관세를, 무역적자 규모가 큰 국가는 각국 상황에 맞춰 최대 49%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관세 발표 이틀 만에 미국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6조6000억달러(9718조원)에 달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관세가 물가를 올리고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으며 세계에서의 미국의 입지를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서한을 통해 "최근의 관세는 물가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침체를 초래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관세가)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며 "서방 세계의 군사 및 경제 동맹이 분열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자체가 필연적으로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관세의 부정적 영향은 시간이 지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빨리 해결할수록 좋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회장은 1월까지만 하더라도 국가안보가 인플레이션보다 중요한 문제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긍정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에 반대하는 '핸즈 오프!(Hands Off!)' 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250405 AP/뉴시스. ⓒ뉴시스
    ▲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에 반대하는 '핸즈 오프!(Hands Off!)' 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250405 AP/뉴시스. ⓒ뉴시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조차도 관세에 대해 거친 말로 비판했다.

    머스크 CEO는 5일 미국과 유럽이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고문에 대해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ain't built shit)"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경제학자 토마스 소웰의 인용문을 공유하며 이번 관세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자유시장 원칙을 강조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도 관세를 "중대한 정책 오류"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과 협상하기 위해 관세를 90일간 유예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스스로 초래한 경제 핵겨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대화를 나눈 대부분 CEO는 지금이 불황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경제가 약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달간 경기 둔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와 경제 전반이 관세 규모에 적응하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소비가 감소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도 "관세 영향은 예상했던 것 이상이다. 특히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하다"며 "지금은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극단적으로 커진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를 계산하는 공식의 논리에도 의구심이 든다"며 "다소 비전통적인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멘토로, 억만장자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6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게시글에서 "10%를 초과하는 관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조지도 FT에 보낸 이메일에서 "관세가 상당히 짧은 기간 일부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대통령의 관세와 관련한 절대적 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천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면서 관세정책을 비판한 머스크 CEO를 "천사 중 한 명"이라고 지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