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선고 이후 헌법재판소 가보니유명 맛집 긴 줄…관광버스 올해 처음'진공상태화' 해제…경계 강화는 '현재진행형'
  •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한 음식점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정혜영 기자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한 음식점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정혜영 기자
    "가게 앞에 관광버스 지나다니는 게 얼마 만인지 몰라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맞이한 첫 평일인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모씨(61)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가게를 보며 한 말이다. 그는 "지난주까지 이 일대에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어서 손님들이 아예 없었지만 이렇게 관광버스가 돌아다니는 건 올해 들어 처음"이라고 전했다.

    탄핵 정국이 휩쓸고 간 헌법재판소 일대가 일상을 되찾고 있다. 그간 탄핵 찬반 집회가 계속되며 불안감이 맴돌던 헌재 인근에도 봄이 다가왔다. 안국역 근처 상인들은 "오랜만에 (매출이) 평년 수준 가까이 회복 중"이라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반겼다.

    유명 맛집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거리에는 한복 체험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북촌로 한 카페에 줄 서 있던 정모씨(27)는 "오랜만에 북촌한옥마을이 북적이니 나들이 느낌이 물씬 난다"며 "한 달 전 왔을 때보다 소음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주민들의 일상도 평온을 되찾았다. 헌재 인근에서 만난 박모씨(76)는 "평화가 찾아왔다"며 "소음이 많이 사라져 이제 집에서 귀마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재동초교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오늘부터 차량으로 아이 픽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선고 전까지는) 아이 혼자 등·하교시키기 불안했는데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초교 사거리 인근 한 카페 앞에서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정혜영 기자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초교 사거리 인근 한 카페 앞에서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정혜영 기자
    ◆ 계엄 사태 일단락 '역부족'…여파 고스란히 상인·주민 몫

    다만 넉 달여 간 이어진 12·3 비상계엄 사태를 단숨에 마무리짓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의 여파는 고스란히 상인들의 몫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헌재 일대 상인들은 하나 같이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장기 폐업으로 결국 문을 닫은 곳도 많다"고 했다.

    헌재 인근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 원상복구는 멀었다"면서 "일대 상인들이 함께 종로구청에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금을 요청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폐업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소기업·소상공인공제인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상황'을 보면 계엄 선포 이후 지난 1월 지급건수는 1만2633건, 2월 1만477건에 달했다. 2월에 1만건을 넘긴 것은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헌재에 여전히 탄핵 사건이 남은 탓에 주민들 역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종로구 재동 주민 최모씨(59)는 "경찰 차벽이 줄지어 있어 여전히 긴장감이 돈다"며 "탄핵 사건이 아직 남아 차량 통제도 여전하다"고 하소연했다. 변론종결 뒤 선고만 앞둔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은 헌재가 10일에 결론 낼 가능성이 크다.
  •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에서 경찰이 경계 강화 근무를 서고 있다. ⓒ정혜영 기자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에서 경찰이 경계 강화 근무를 서고 있다. ⓒ정혜영 기자
    ◆ 경찰 '진공상태화' 해제…경계 강화는 '현재진행형'

    선고일이 지정된 이후 경찰이 돌입한 '진공상태화'는 해제됐지만 경찰의 경계 강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실제 안국역 일대에는 경찰 차벽이 여전히 빼곡한 상태다. 경찰은 안국역부터 재동초교 방면까지 차로 통행도 차단 중이다. 

    재동초교 관계자는 "(선고 이전에 비해) 80% 정도 풀린 모습"이라면서도 "스피커 집회 차량이 종종 지나다녀 경찰이 안심하긴 이르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세간의 우려에도 헌재의 탄핵 인용 당시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종로 일대에서는 경상자 2명만 나왔다. 이는 경찰의 헌재 진공상태화와 성숙된 시민의식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헌재 인근인 종로구 가회동에 사는 신모씨(37)는 "선고 당일 안국역이 폐쇄돼 광화문역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와야 했지만, 경찰의 갑호비상, 진공화 덕분에 일각에서 우려한 폭력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지 않았나"라며 생각을 전했다.

    한편 주말에는 종로구 광화문사거리와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의 '4·5 광화문 혁명 국민 대회'가 열렸다. 주말 이틀간 1만8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