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재활용 과정 장기간 조직적 담합…폭스바겐, 2028억 '최다'메르세데스 벤츠, 자진신고로 전액 감면…현대차·기아는 189억원영국도 반경쟁적 행위 지적…10개사-협회 2곳에 1480억원 과징금
  • ▲ 유럽연합(EU).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유럽연합(EU).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1일(현지시각) 수명이 다한 폐자동차(ELV) 처리비용을 아낄 목적으로 장기간 담합을 한 자동차 제조사에 무더기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

    15개 업체에 총 4억5800만유로(약 7275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됐고, 이 가운데 현대차·기아(1195만유로·약 189억원)도 포함됐다.

    EU 집행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와 제조사들은 2002부터 2017년까지 최대 15년에 걸쳐 EU 관련 지침을 위반하고 ELV 재활용 관련 반경쟁적 계약과 조직적 관행(concerted practices)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ELV는 연식과 마모, 손상 등으로 더 사용할 수 없는 차를 의미한다. 이들 ELV는 통상 해체돼 부품 회수 및 재활용, 기타 처분 절차를 밟게 된다.

    ACEA와 제조사들은 ELV 재활용사업이 수익성이 있다는 이유로 ELV 처리업체에 비용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사간 계약조건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처리업체 요구에 조직적으로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또 소비자에게는 자동차의 재활용률, 재활용 소재 사용 규모에 관한 정보를 광고하지 않기로 담합했다고 집행위는 지적했다. 이 경우 제조사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재활용률만 지키면 된다.

    EU 지침에 따르면 ELV로 분류되는 ELV의 최종 소유자는 처리업체를 통해 무료로 차를 처분할 수 있으며 비용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제조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과징금 액수는 위반에 연루된 자동차 대수와 기간 등이 고려돼 제조사별로 다르게 책정됐다.

    폭스바겐이 1억2770만유로(약 2028억원)로 가장 많았고 도요타가 2355만유로(약 374억원)를 부과받는 등 일본 제조사들도 포함됐다. 1195만유로를 부과받은 현대차·기아는 2006~2017년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회사가 조사과정에서 담합행위를 인정해 10%씩 과징금이 일괄 감면됐다고 집행위는 설명했다.
  • ▲ 폭스바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폭스바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메르세데스 벤츠는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해 연루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액 감면됐다.

    포드, 미쓰비시, 스텔란티스는 집행위의 카르텔 조사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제출 등 협력이 인정돼 각각 20~50%씩 감면받았다.

    집행위는 과징금 산정시 혼다·마쓰다·미쓰비시·스즈키는 담합 관여행위가 다른 제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테레사 리베라 EU 청정·공정·경쟁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은 "어떤 종류의 카르텔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여기에는 환경친화적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수요를 저해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부문의 재활용이 폐기물과 배출량 감축뿐만 아니라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생산비용을 절감하며 유럽 내에서 더 지속가능하며 경쟁력 있는 산업 모델을 구축하는 순환경제 목표 달성에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시작된 이번 조사는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함께 진행했다.

    CMA는 이날 수명이 다한 자동차 처리와 관련한 반경쟁적 행위를 발견해 자동차업체 10곳과 관련 산업단체 2곳에 총 7769만파운드(약 1477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부과 대상은 △BMW △포드 △재규어 랜드로버 △푸조 시트로엥 △미쓰비시 △닛산 △르노 △도요타 △복스홀 △폭스바겐 등이다. ACEA와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도 이들 업체의 불법적 합의에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CMA는 이들 업체가 자동차 재활용 가능 비율을 광고에서 경쟁하지 않기로 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기업의 친환경 투자 유인책을 낮췄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 업체가 제3업체에 고객의 ELV 재활용 처리가격을 지불하지 않기로 공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제조사와 가격을 협상하지 못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포드가 1854만파운드(약 352억원)로 가장 많고 폭스바겐이 1476만파운드(약 280억원), BMW가 1106만파운드(약 210억원)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CMA에도 자진신고해 과징금 부과를 전액 면제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