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이하' 아이돌 오디션 방송에 비난 세례성상품화 비판 쇄도 … '방송 중단' 요구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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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상품화 논란에 휩싸인 MBN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UNDER15)' 제작진이 제작보고회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완성본'을 보냈고, 그분들도 문제가 없다고 내부적으로 검토했다"고 주장했으나, 방심위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해 주목된다.
- ▲ 만 15세 이하 걸그룹 육성 오디션 프로그램 'UNDER15(언더피프틴)'이 방영을 앞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걸 그룹 오디션이 성 상품화와 아동 학대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언더피프틴 프로그램 티저의 한 장면. ⓒ사진=MBN 제공 / 뉴시스
지난 25일 오후 방심위는 "다수 언론이 크레아스튜디오의 '언더피프틴' 제작보고회를 기사화하면서 '2주 전 방심위에 완본을 보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검토했다'는 서혜진 크레아스튜디오 대표의 발언을 인용했다"며 "그러나 방송 이전에 완본 프로그램을 받은 바 없고, 이를 검토해 심의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기에, 관련 내용을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및 '방송법' 제32조에 따라,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심의를 거쳐 심의규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사후 심의'를 하는 곳"이라고 소개한 방심위는 "'언더피프틴' 제작진으로부터 완본을 받지도 않았고, 이에 대한 검토 의견도 전달한 바 없다"며 "공개석상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제작진에게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심위의 반박에 '언더피프틴' 제작진 측은 엑스포츠뉴스 등 다수 매체에 "방심위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디테일하게 구분해서 대답하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1회분을 사전 시사한 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답변 받은 곳은 MBN 쪽"이라며 "방심위를 우려해 1회분을 제출했다고 들었을 뿐 결과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언더피프틴'의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는 해당 프로그램을 겨냥해 '아동을 성상품화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긴급 제작보고회를 열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예상치 못했던 의혹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 생산되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이 자리에서 '언더피프틴' 1회 녹화분 가운데 15분 분량의 편집본을 공개한 제작진은 "2주 전에 (MBN) 심의팀, 기획실, 편성팀 모두가 1회를 봤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심위에도 완본을 보냈다"며 "그분들이 아루런 문제가 없다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했다. 항의를 하려면 저희 회사 앞에서 해 달라. MBN은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언더피프틴' 지원자의 프로필에 바코드 디자인이 들어간 것을 두고 '아동 성상품화'라는 비난이 일 줄은 몰랐다"며 "바코드는 학생증 콘셉트에서 가져온 건데, 아마도 학생증이 이런 디자인이라고 생각 못 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증 이미지를 만든 사람은 30대 여성 디자이너고, 춤과 의상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여성들이 하고 있다"며 "'걸그룹은 성상품화'고 '오디션 프로그램은 악마의 편집'이라는 등의 편견을 깨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는 31일 첫 방송을 예고한 제작진은 "녹화분 전체를 편집하고 사전 심의를 거쳐 방송 날자를 조율하려 한다"며 "어리다는 이유로 제도의 벽에 막혀 방치된 '알파 세대'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 주고 싶다. 어린 참가자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크롭티에 짙은 화장 ‥ 성인 걸그룹 연상시켜"
'언더피프틴'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국내에 트로트 열풍을 불러일으킨 서혜진 사단이 만든 MBN 신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최연소 글로벌 5세대 보컬 신동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를 표방하는 '언더피프틴'은 참가자 자격을 15세 이하의 미성년자들로 제한해 기존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를 뒀다.
문제는 제작진이 참가자 59명의 프로필을 공개한 후 각계에서 '아동을 성상품화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
상당수가 초등학생인 참가자 중 일부가 노출이 있는 시스루 크롭티(배꼽티)를 입고 진한 메이크업에 성인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이 공개되자, '아동 학대'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특히 참가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포스터에 바코드까지 찍힌 사진은 이 같은 비난 여론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21일 성명을 배포해 "MBN은 아동·청소년 상품화 '언더피프틴' 방송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언련은 "이제는 아동과 청소년들까지 상품화하겠다는 것이냐"며 "'언더피프틴'은 '글로벌 최초 15세 이하 K팝 신동 발굴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어린아이들을 상업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미성년자 상품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오디션 명가'를 자처한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 서혜진 대표는 유사한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을 반복하다 급기야 아동·청소년 상품화까지 나섰다"며 "그동안 여러 '성인가요' 오디션 경쟁프로그램들은 미성년자를 인격과 권리가 존중돼야 할 존재가 아니라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취급해왔다. '언더피프틴'은 더 나아가 미성년자 상품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라고 단정했다.
"어린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경쟁을 부추겨 과도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가하고, 성적 대상화는 행위는 명백한 아동 학대이자 미성년자 권리를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로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한 민언련은 "이는 단순한 방송프로그램 논란을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심각한 인권문제"라고 꼬집었다.
◆"성적 매력과 외모가 성공의 기준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20일부터 수차례 성명을 내고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언더피프틴' 방송을 즉각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언더피프틴' 홍보 영상에는 앳된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 참가자들이 출연한다. 공개된 참가자 프로필에는 이름, 출생 연도, 국적, 포지션 등과 함께 '바코드'가 들어가 있다"며 "이는 참가자를 마치 상품으로 취급하는 이미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티저 영상에는 성인 걸그룹처럼 성적으로 어필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8~15세 미성년자가 크롭티 등 노출 차림으로 퍼포먼스를 펼친다"고 짚은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트레아스튜디오는 '한일톱텐쇼 - 신동 편'을 만들어 MBN을 통해 송출한 적이 있는데, 13세 앳된 소녀가 '홍도야 우지 마라'를 부르면서 '사랑을 팔고 사는~'이라며 노래하는 장면에 시청자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어린 소녀들은 자신이 부르고 있는 노랫말이 함의하는 뜻도 모른 채 '재주'를 칭찬하는 분위기에 '한이 서린 목소리'를 흉내 냈다"고 꼬집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아동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펼쳐 보이는 대신, 어른의 시선과 욕구에 맞춰 재능을 부리는 것은 아동의 재능을 존중한 권리 표출의 기회가 될 수 없다"며 "여성 아동에게 '신동', '데뷔', '성공'이라는 언어로 아동의 성적 대상화를 긍정적인 것으로 오인하게 하고, 그 안에 내재된 성적 대상화의 의미를 숨기고 장래를 위한 멋진 도전인 양 프로그램에 동원하는 것은 '아동 노동 착취'이자 '성착취'"라고 비난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앞서 크레아스튜디오가 아동·청소년을 성상품화했다는 세간의 지적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재차 비판을 가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서혜진 대표는 '학생증 바코드를 성적으로 환치시켰을 뿐'이라면서 짙은 화장을 한 여성 아동의 나이, 이름, 포지션과 함께 바코드가 찍혀 있는 포스터를 '학생증 바코드'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오히려 시청자를 탓하고 있다"며 "'우리 의도를 모르고 그렇게 보는 시청자가 문제'라는 식의 태도에서 책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게다가 서 대표는 '홍보 포스터를 디자인한 분은 여성'이라면서 '여성 노동자가 성인지가 바닥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를 낮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는 시청자의 비판이 여성 노동자를 향하고 있다는 듯 논점을 호도하는 것으로, 여성이라고 성인지감수성이 생득되는 것은 아니다. 성역할 고정관념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남녀 모두 이러한 사회문화적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서 대표의 발언의 문제점은 자신이 승인한 홍보 포스터가 문제 되자 그 책임을 여성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디자인을 담당한 여성 노동자가 제작사 대표의 '승인' 없이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고 공개할 수 있는가? 여성 노동자는 '학생증 바코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초안을 낼 수 있지만, 학생증과 상품 이미지를 교묘하게 뒤섞음으로써 아동의 성상품화와 정서적 착취를 은폐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서 대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심위에도 완본을 보냈다. 그분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내부적으로 검토했다'고 말했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언더피프틴 완본 프로그램을 받은 바 없다'면서 '(방송사 및 제작진에게) 심의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며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