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안보부 자금 사용시 中 배터리 구매 못 하게 막아CATL, BYD 등 中 배터리 선두기업 6개사 명시…'원천봉쇄'현지 생산기지 등 우회 시도도 무력화…K-배터리, 반사이익 기대
  • ▲ 중국의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난닝(南寧)의 한 배터리 공장.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중국의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난닝(南寧)의 한 배터리 공장.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10일(현지시각) 중국산 배터리를 염두에 둔 '해외 적대국 배터리 의존도 감소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내 보안을 담당하는 국토안보부(DHS)의 자금을 사용하는 경우 중국산 배터리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배터리 분야 대(對)중국 관세에 이어 강해지는 비관세 장벽이 국내 배터리업체들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여·야 하원의원이 합의해 이날 통과시킨 해당 법안의 대상은 중국 배터리산업 내 선두기업인 △CATL △BYD △엔비전에너지 △EVE △하이튬에너지 △고션하이테크 등 6곳이다.

    2028년 10월부터 DHS와 관계된 미국 내 프로젝트 또는 DHS 기금이 사용된 경우 중국 기업이 만든 배터리 사용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뿐만 아니라 CATL 등 6개 기업명이 법안에 직접 명시돼 우회도 불가능하다.

    하원에서 여·야가 합의한 데다 대중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상원에서도 통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미국은 중국 배터리에 대해 45%의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CATL 등 중국 기업들은 현지 생산기지 건설 등으로 관세를 우회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번 법안과 같은 개별 기업 대상 규제가 강화된다면 이 같은 시도도 무력화될 수 있다.

    법안의 대상이 DHS인 만큼 직접적인 규제 범위는 제한적이다.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 대부분에 자금을 대는 미국 에너지부(DOE) 등 다른 기관의 의사결정이나 민간기업의 구매를 규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국가기관에 대한 중국 배터리 관련 구매금지 규정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다면 타기관이나 민간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관세 장벽이 한 번 만들어진다면 중국 배터리 기업을 대상으로 장벽을 높이는 추가적인 법안이 입법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전력사업자 등은 그동안 중국산 태양광 발전기와 ESS 배터리를 대규모로 들여와 발전단지를 조성했다. 미국 내 급증하는 ESS 수요의 수혜를 대부분 중국이 가져갔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국산 배터리가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산이 막히면 미국 전력사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나 일본의 파나소닉 등 밖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고 삼성SDI, SK온 역시 LFP 생산을 앞두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계에서는 중국 배터리사들이 현지 생산을 통해 우회하는 것이 리스크 요인이었으나, 법안을 통해 '중국 때리기'가 강화되면 한국이나 일본업체들이 물량을 다 가져갈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