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형소법 적용 배제' 논란…"초법적 해석" 비판"법관이라 하더라도 법률 적용 임의로 배제할 수 없어""공수처의 尹 영장 청구 단계부터 '정치적 의도' 깔린 것"윤 대통령 측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직무배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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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진행한 지난 1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을 찾은 시민들이 TV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정상윤 기자
서울서부지법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과 대통령 관저 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논란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해당 조항은 군사상·공무상 비밀 장소에서의 압수수색을 책임자 승낙 하에 진행하도록 규정한 필수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서부지법이 자의적 해석으로 영장에서 제외한 행위를 두고 법조계는 초법적 행태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공수처의 요청에 따라 윤 대통령 체포 영장과 관저 수색 영장을 발부하며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명시했다.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고 111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해 직무상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소속공무소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앞서 공수처는 법원에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청구하면서 집행 과정에서 정확한 소재를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법원에 수색 영장을 함께 청구했다.◆서부지법의 '형소법 적용 배제'…'초법적 해석' 논란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서부지법과 공수처의 행태를 두고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는 초법적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법부가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번 행위는 사법 체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란 지적이다.특히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형의 영장이라는 주장과 함께 사법권의 자의적 행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부지법 영장 담당 판사는 '해당 영장의 경우 형소법 제110조, 제111조 적용의 예외로 한다'고 써넣었고 공수처는 이를 근거로 체포 및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모든 것이 불법이고 무효"라며 "형소법을 비롯한 모든 법률은 판사가 한 줄 써넣는다고 효력이 정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김 변호사는 "법률적 효력이 정지되는 유일한 경우는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을 받아야 한다"며 "서부지법 영장 담당 판사가 내란죄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의 체포 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아무런 권한 없이 형소법 일부 규정의 효력을 정지하는 문구까지 써넣은 것은 위법하고 난생 처음 보는 희한한 일"이라고 질타했다.하지만 공수처는 영장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체포 영장 등을 기한 내에 반드시 집행하겠다는 입장으로 집행을 방해할 경우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처사로 간주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이에 대해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판사의 권한을 넘어 형소법 특정 조항을 적용하지 말라고 명시된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므로 공수처가 주장하는 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될 수 없다"고 밝혔다.그는 "형소법 110·111조는 군사상 비밀과 공무상 비밀의 보조를 위한 강제 규정"이라며 "법관이라 하더라도 현행 법률의 적용을 임의로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 ▲ 서울서부지방법원. ⓒ뉴데일리 DB
◆공수처의 '판사 쇼핑' 논란…"영장 발부 위한 계략이었나"이 부장판사의 영장 발부 논란과 함께 공수처의 '판사 쇼핑'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공수처는 법률상 사건 관할 법원이 서울중앙지법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관할 법원이 아닌 영장을 발부해 줄 만한 법원을 찾아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공수처법 제31조는 수사처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고위공직자범죄 등 사건의 제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을 관할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범죄지와 증거의 소재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해 형소법에 따른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는 단서 조항이 담겼다.공수처는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모두 7차례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군사법원 관할인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했다.공수처 측이 대통령 관저가 서부지법 관할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서부지법의 법원장과 영장을 발부한 이 부장판사가 모두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수처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특정 법원에 영장을 선택적으로 청구했다는 것이다.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지내기도 했던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대통령 관저의 관할 법원인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은 영장 발부를 위한 편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할 경우)영장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지 사흘째인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입구에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갖고 있다. ⓒ서성진 기자
◆윤 대통령 측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직무배제 요청윤 대통령 측은 서부지법과 공수처의 행태에 즉각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대법원에 판사 징계와 직무배제를 요청했다.윤 변호사는 지난 1일 "서부지법 영장 담당 판사가 영장에 형소법 110조·111조 적용을 예외 조항으로 기재했는데 형소법 어디에도 판사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영장은 원천적으로 불법이고 무효로 사법적 신뢰를 침해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또 "대법원은 신속히 진상 조사를 진행해 관련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즉각 영장 담당 판사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한편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 영장은 불법'이라는 판단에 따라 영장 집행을 막는 것은 물론 영상 체증 등을 통해 추후 영장 집행에 동원된 공수처 관계자들과 경찰관 등에 대한 고소고발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