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당일 연출가 하차, 리버모어 "내 작품으로 인정 못해" 결별 선언30여 분 지연 후 공연 시작…좌석 배정 못 받은 관객 항의 빗발
  • ▲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 앞에서 열린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연합뉴스
    ▲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 앞에서 열린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연합뉴스
    티켓 가격이 최고 100만 원에 달하는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가 개막 당일 연출가와 제작사의 갈등, 운영 미숙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다비데 리버모어는 22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서울에서의 '투란도트'를 내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내 이름과 얼굴을 이용해 티켓을 판매하는 일은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고 완전한 결별을 선언했다.

    리버모어는 "양측이 정식으로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덕션의 일방적이고 지속된 변경으로 인해 협력자 카를로 샤칼루가의 연출 작업이 불가능해졌다. 특히 제작진은 장이머우 감독이 2003년 마조 무지칼레 피오렌티노 페스티벌에서 연출한 '투란도트'의 무대 동선을 복사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작진과 연출가 사이의 건설적인 대립은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러한 협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협력이 아닌 아마추어 수준의 권위주의적 강요였다"며 "박 감독의 프로덕션은 계약상의 지불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한국 도착 첫날 받기로 했던 개런티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2024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 측은 "그동안 한국 오페라를 우습게 여겨왔던 이탈리아 오페라 관계자들이 다시 한번 한국을 봉으로 아는 추태를 보였다"면서 "박현준 감독은 여러 차례 2003년 상암 '투란도트' 버전으로 준비하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들은 제작진의 의도를 듣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연출하려고 했다. 한국 제작진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자 갈등이 생겼다"고 반박했다.
  • ▲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다비데 리버모어.ⓒ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다비데 리버모어.ⓒ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박현준 예술총감독은 "무대 준비가 한창인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개런티를 요구해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언행은 한국 오페라계를 우습게 알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에 오면 본인들의 유럽 및 현지 개런티의 3배를 요구하는 그들의 습성과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버모어는 2018년부터 밀라노 스칼라 극장과 협업해 베르디 '아틸라', 푸치니 '토스카' 등을 연출했다. 그는 23일 자정 2차 보도자료를 내고 "저는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아티스트들을 사랑한다. 저에게는 국적으로 사람이 나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창조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감독이 제가 한국을 봉으로 본다는 발언은 제 생각이 아니고 그의 생각이며 명확한 조작이다. 제 삶은 한국 아티스트를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을 존중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며 "저의 성명서와 선언은 대중이 보게 될 공연이 저의 연출이 아님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단지 제 작업이 거부당했기에 이 작품과 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밝히고 싶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리버모어는 계약에 대해 "계약서에는 다른 유럽 아티스트 가수나 감독처럼 한국에 도착한 첫날에 정산을 받는다는 내용이 있다. 계약은 계약이다. 그러나 만약 문제가 있다면 모욕하거나 괴롭히지 말고 대화를 하면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또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 ▲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무대 이미지.ⓒ2024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
    ▲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무대 이미지.ⓒ2024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
    한편,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개막한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당초 예정했던 오후 7시 30분보다 30여 분이 지연된 시간에 공연을 올렸다. 이날 티켓을 수령하지 못한 예매자들과 티켓을 끊고도 좌석을 배정받지 못한 150여 명이 환불을 요구하고, 고성이 오가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제작사가 기존 6800여 석 규모였던 객석을 4000석 미만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예매 관객의 좌석 배치가 변동됐으나 이를 홈페이지나 예매사이트를 통해 사전 공지하지 않아 관객들은 해당 예약 좌석이 없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또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공연은 음향 밸런스 문제, 단차를 확보하지 않은 좌석, 가독성이 떨어지는 흰 글씨 자막 등으로 불만이 쏟아졌다.

    관객들은 예매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연시간 지연과 소리 지르며 싸우는 소리 정말 어수선 했다", "기둥 때문에 무대가 전혀 안 보였다", "모니터로 보는 오페라", "최악의 투란도트", "너무 실망스럽다", "티켓 배부도 못해서 공연 지연되고, 제대로 안내하는 직원도 없고 난장판이었다", "갑작스런 좌석 변동을 요구해 관람 전부터 기분이 상했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총 제작비 200억 원을 투입한 대작으로 길이 45m와 높이 17m의 무대에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활용한다.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쿠라, 파올로 카리야니 등 세계적 거장들이 지휘자로 참여하며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브라이언 제이드 등이 출연한다. 오는 30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