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가해·허위보고 혐의 군인들 1심 징역 1년→집유직속상급자 2심도 무죄 … 유족 "사과 없이 감형"
  • ▲ 고(故) 이예람 중사 빈소. ⓒ연합뉴스
    ▲ 고(故) 이예람 중사 빈소. ⓒ연합뉴스
    군 성추행 피해자인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2차 가해하거나 허위 보고한 혐의로 기소된 군인들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사건을 축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직속상관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설범식)는 28일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김모 중대장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직무유기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모 군검사에 대해서도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웨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모 대대장에 대해서는 무죄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이날 김 중대장에 대해 "피해자가 사소한 언급만 해도 고소한다며 주의하라'고 발언한 것이 고소를 남발하는 사람으로 인식시키기 충분하다"면서도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전파하려고 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 군검사에 대해서는 "'제 때 피해자 조사가 불가능했다'고 상부에 보고한 행위는 허위보고에 해당한다"면서도 "이 범행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주된 원인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대대장에 대해서는 "2차 가해 방지조치 의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선고 직후 유족 측은 기자들과 만나 "진실을 가리기 위한 재판인지 가해자들을 위한 면피 재판인지 굉장히 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누구도 유가족에게 와서 사과한 적이 없다. 그런데 초범이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감형이 됐다"고 했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 장모 중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후 이를 군검찰에 신고했다. 이 중사는 같은 해 5월 사건 수사 단계에서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 대대장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피해자 이 중사와 가해자 장 중사를 분리하지 않고 징계 의결을 미루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김 중대장은 피해 발생 이후 이 중사가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입하려 하자 해당 부대 소속 중대장에게 '피해자가 좀 이상하다'는 취지로 허위사실을 말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박 군검사는 이 중사 관련 수사를 담당하던 중 이 중사의 심리상태와 2차 가해 정황을 인지하고도 조사를 미루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2022년 9월 이 중사 관련 군 수사기관의 부실수사와 2차 가해가 있었다고 판단해 관계자 총 15명을 기소했다.

    1심은 지난 1월 김 중대장에 대해 "강제추행 피해를 당하고 갑작스럽게 전속을 가는 절박한 상황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 군검사에 대해서도 "한 달 반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한 사실이 없고 사건 처리 지연이 문제되자 거짓 보고했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김 대대장에 대해서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직무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가해자인 장 중사는 2022년 9월29일 대법원에서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