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게시판 논란 두고 지도부 갈등까지 확전친윤 "명의 도용됐다면 문제 … 한동훈 해명해야"친한 "韓 비난 글도 많아 … 친윤, 규명 관심 없어"
  •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종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한동훈 대표를 둘러싼 당원게시판 논란을 두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계파 갈등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여권 내에서는 '자해적 행태'라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윤계는 당원게시판 논란에서 문제가 된 '한 대표 가족 개입 여부'와 관련 한 대표가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만일 한 대표 가족 명의가 도용돼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면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친윤계인 강명구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당원게시판의 핵심은 한 대표가 썼느냐 안 했느냐, 가족들이 썼느냐 안 썼느냐의 문제이고 밝히면 그냥 끝날 문제"라며 "한동훈 죽이기가 아니고, 한동훈을 살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예를 들어 가족이 썼다고 한다면 잠깐 비난 받고 끝날 도의적인 문제인데, 만약 명의가 도용돼서 해킹됐다면 법적인 문제"라며 "이런 문제를 빨리 털고 가자. 자중지란에 빠지면 우리 당이 더 혼란스럽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투게더포럼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솔직해지고 당당해지는 게 훨씬 더 힘이 생기는 원천이 되지 않겠나. 자꾸 오해를 만들면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 대표는 그동안 본인과 가족 명의로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올려왔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게시판 논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와 맞물려 잠시 잠잠해졌지만 김민전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며 재점화됐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게시판) 의혹이 제기되니 일부 최고위원 등 당직자가 '8동훈'(한 대표와 동명이인인 8명)이 있다고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어떻게 8동훈이 있는지 알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친한계 인사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김 최고위원을 필두로 친윤계가 당원게시판 논란 해명을 촉구하자 이날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서 "한 대표와 가족들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을 썼다는 건데 반대의 경우도 엄청나게 많다"고 반발했다.

    신 부총장은 "김건희 여사 고모라는 분이 지난 5일 한 대표와 가족이 공작을 했다고 사실로 단정을 해버리며 한 대표 집안에 대해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다'는 표현을 페이스북에 썼다"며 "다 알고 있지만 이런 걸 가지고 문제 안 삼는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전수조사 결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친윤 의원들이 와서 같이 검증하자"며 "이런 제안도 못 받으면 그냥 진실 규명, 사실 확인은 별 관심 없고 그냥 한 대표 까고 싶어서 한다는 자백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 부총장은 전날 유튜브 채널 '어벤저스전략회의'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을 거론한 김 최고위원의 멸칭인 '잠민전'이라는 멸칭을 말하는 등 계파 간 갈등 양상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지난 7월 해병순직특검 필리버스터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잠 든 모습이 촬영된 것을 비꼰 것이다.

    이처럼 당원게시판 논란을 두고 당 지도부 간 갈등으로 번지자 여권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게시판 논란으로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여당의 자해적 갈등만 노출시켰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