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형제복지원 수용 피해자에 국가 손해배상·위자료 인정피해자, 정부측에 상소 포기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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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랑인 선도를 목적으로 하는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강제노역과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항소심에서도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을 받았다.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김대웅 황성미 허익수)는 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양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날 법정에는 13명 가운데 10명이 참석했다.앞서 1심은 지난 1월 정부가 피해자 13명 모두에게 각각 2~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법원 판단에 따르면 국가는 이들에게 손해배상액 38억3500만 원과 위자료 7억 원, 총 45억3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피해자들은 이날 항소심 선고가 마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상고 포기를 촉구했다. 이혜윤 서울·경기피해자 대표는 "피해자들은 하루빨리 사과와 배상금을 받고 이 사건을 잊고 싶어 하는데 정부측 대리인은 나라에 돈이 없어서 배상금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막대한 지연이자와 대리인 수임료를 지불하면서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간다면 정부측의 주장은 거짓이고 시간 끌기가 목적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피해자측 대리인은 다른 사건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6명이 사망한 점을 들어 "원고가 사망하면 상속인이 없을 경우 국가에 합의금이 돌아가고 국가는 (배상금) 지급을 면하게 된다"고 했다.부랑인 선도를 명분으로 설립된 민간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원은 1975~1987년 12년간 일종의 수용시설로 운영됐다. 형제복지원은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 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강제 수용했다.해당 시설에는 3만8000여명이 강제 수용됐고 일부는 강제 노역에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성폭행과 구타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복지원 기록에 따르면 확인된 사망자만 513명에 달하고 일부 시신은 암매장돼 정확한 위치 파악조차 어려운 상태다.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씨는 1989년 대법원에서 불법 감금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박씨의 행위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형법 제20조('법령에 의한 행위나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를 적용해 무죄 판단했다.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22년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 개입에 따른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복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이번 소송은 형제복지원 관련 제기된 첫 소송으로 소가가 80억 원 상당에 달한다. 법원은 국가가 이들에게 25억 원을 배상하라며 강제조정을 결정했지만 법무부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정식재판에 회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