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인지전 대비 '전사의 뇌' 만들어야"'전사의 뇌'를 만들기 위한 방법 제언제이알디(JRD), 247쪽, 정가 1만7000원
  • ▲ 장재현 저 '워리어 마인드셋' ⓒ제이알디(JRD) 제공
    ▲ 장재현 저 '워리어 마인드셋' ⓒ제이알디(JRD) 제공
    "우리 군에 대해선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군인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군인이기 때문에 심리적 공격에 준비돼 있지 않을까'다. 그러나 군인이 받는 교육은 '북한은 나쁘다'라는 가치관 교육이다. 심리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교육받은 게 없다"

    "미군은 '종합 군인 피트니스'(Comprehensive Soldier Fitness, CSF)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군인들의 정신 건강을 평가하고 개선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문 회복탄력성 훈련, 정신적 강인함을 위한 배틀 마인드 훈련등이 체계적으로 준비돼 있다. 심지어 신체적 강인함을 대표하는 해군 특수전 부대(Navy Seal, 네이비 실)도 별도의 심리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재현 해군 중령(해군사관학교 59기, 심리학 박사과정)이 최근 군의 정신교육에 대한 문제의식과 제언을 담은 '워리어 마인드셋'(Warrior Mindset)을 출간했다. 

    장 중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장병들의 4분의 1이 소변을, 8분의 1이 대변을 지릴 정도로 압박이 심각했다. 장병의 65%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 하는 해리증상까지 보였다. 통계적으로도 적과 싸우다 전사한 수보다 정신적 사상으로 후송된 인원이 더 많았다"며 "심리적 압박은 전장에서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중령은 "아무리 확고한 신념을 가진 군인이라고 해도 뇌가 당황하면 가치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험난한 훈련을 이겨낸 행동파 '마초맨'이라고 해서 전장이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의 총알은 인간의 마음을 겨냥하고, '군인의 뇌'는 표적이 될 것이다. 더욱이 전장은 참혹한 곳이다. 귀를 찢는 듯한 포성과 역겨운 냄새 등 모든 것이 죽음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패닉상태에 빠지거나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이는 나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뇌가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중령은 특히 현대전에서 '인간의 마음'은 새로운 전장이 됐다며 현대전을 '인간의 마음을 향한 전투'라고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믿고 느끼는 모든 것이 조작될 수 있다. 허위정보는 군인들의 신념을 흔들고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우리의 두뇌마저 적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시대다. 마음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서는 군인들은 '전투의 프로'가 돼야 한다. 위기상황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냉철하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외면의 힘이 아닌 내면의 힘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2연평해전' 당시 공황에 빠진 장병들이 아군까지 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총을 수거했다가 정신을 차린 장병들 순으로 돌려준 한 병사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 병사처럼 위기상황에서 임무 수행력이 높은 이들의 특징은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평정심을 찾고 근성 있게 임무를 완수할 방법을 찾는다. 이러한 정신적 강인함을 갖춘 군인의 심리역량을 '워리어 마인드셋'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장 중령은 "핵심은 전투의 프로'가 되는 것이다. 아마추어는 가끔 잘할 수도 있지만 프로는 항상 잘한다. 그 차이는 바로 '훈련된 두뇌'다. 프로의 뇌는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며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는 '워리어 마인드셋'을 3단계에 걸쳐 설명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전장에서 군인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전장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특성을 살펴보고, 2부에서는 소셜미디어로 인해 변화된 현대전의 모습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신적 강인함의 개념을 소개한다. 3부에서는 워리어 마인드셋을 강화할 방안으로 인지능력 향상 전략(인지적 유연성 훈련법, 정보 판별력)과 비인지능력 강화 전략(개인 심리 무장, 사회적 지지 확보, 자기 돌봄과 스트레스 관리 등 위기상황 극복 기술)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최강의 전사를 만드는 종합훈련 프로그램(멘털 트레이닝, 정신적 강인함 향상 프로그램) 등을 제언했다.

    한편, 장 중령의 꿈은 군인들을 위한 트라우마 센터 설립이다. 그는 "미국 국방부는 산하에 트라우마 연구소를 두고 전쟁에 투입되기 전과 후에 군인들의 심리적 면역체계를 건강하게 관리하고 이들을 사회로 안전하게 복귀시킨다"며 "어려운 작전이나 전투에 투입되는 장병들을 위한 체계적인 사전·사후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밝혔다.

    ☞장재현 중령은: 장 중령은 해군사관학교(59기)를 졸업한 뒤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배재대에서 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장 중령은 '천안함 생존장병의 심리적 어려움', '정신전력의 개념과 증진 방안', '전투에서의 정신적 강인함', '군인의 성장 척도 개발' 등 지난 10여 년간 전장 심리를 주제로 연구해왔으며, 전투 심리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20년의 군 경력과 10여 년의 심리 연구를 통해 군인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심리적 강인함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한 결과를 '워리어 마인드셋'에 담았다. 그 외 저서로는 '손원일 제독 전기', '공보업무를 부탁해', '간편하게 읽는 해군 이야기', '해군 역사 여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