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노림수는? … 러 군사 기술 이전韓 살상무기 지원으로 러 기술 이전 못 막아북러 전쟁 범죄 희석·대남 도발 정당화 우려여소야대 韓, 북러 도발 정당화에 사면초가대북 심리전으로 북한군의 위화도 회군 유도해야
  • ▲ 북한 김정은의 측근으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부대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참모장이 지난 노동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2020년 10월 10일)에서 인민군 특수작전군 사령관으로서 열병대오를 이끌고 있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의 측근으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부대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참모장이 지난 노동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2020년 10월 10일)에서 인민군 특수작전군 사령관으로서 열병대오를 이끌고 있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최정예 '폭풍군단'(11군단) 소속 전투병 약 1만2000명을 파병할 계획이다. '파병 북한군'이 전장 최전선에서 '총알받이 용병'으로 희생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정은은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 이전이라는 '피의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29일 국방·외교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한국이 가용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는 '대북 심리전'이다. 효과적인 심리전이 파병 북한군의 '북한판 위화도 회군'을 끌어낸다면, 김정은의 승부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고려 말 중국 명나라 '요동 정벌' 지휘관이던 이성계는 폭우와 군량 부족, 병사 탈영 등으로 패전을 예상하고 위화도에서 회군해 왕조 교체를 이뤘다. 이처럼 북한군도 평양을 향해 회군할 수 있도록 심리전을 최대한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피의 파병' 김정은의 노림수는? … 러시아 군사기술 이전

    파병된 북한군의 성격, 우크라이나 전장의 지형, 전쟁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북한군의 큰 희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폭풍군단', '살인기계'로 불리는 인민군 11군단은 1968년 1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기 위해 파견된 전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 군으로 치면 '특전사'에 해당하는 이들은 전쟁 초 적의 후방에 침투해 핵심 인프라와 군사시설 등을 파괴하고 도심지에서 살해·납치하는 임무를 맡는다.

    국방부 미국정책과장, 주제네바대표부 군축담당관 등을 역임한 국제 분쟁 전문가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육군사관학교 37기)는 뉴데일리에 "11군단은 적의 후방에 침투해 요인 암살, 납치, 사보타주, 폭파 등의 공작과 특수임무에 특화돼 있다"며 "주로 일대일 근접전, 백병전을 벌이는 이들에게 몸을 숨길 곳은 필수인데 우크라이나 전장은 대부분 평야 지대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드론을 동원한 소모전, 물량전, 장기전으로 전개되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들이 무슨 실력을 발휘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 ▲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지난 27일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분해해 비행조종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서해 백령도가 이륙 지점인 것을 확인했다며 비행경로 그래픽을 제시하고, 비행 주체가 한국군이라고 거듭 주장한 최종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주장한 한국 무인기의 10월 8일 북한 비행경로 그래픽. ⓒ연합뉴스
    ▲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지난 27일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분해해 비행조종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서해 백령도가 이륙 지점인 것을 확인했다며 비행경로 그래픽을 제시하고, 비행 주체가 한국군이라고 거듭 주장한 최종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주장한 한국 무인기의 10월 8일 북한 비행경로 그래픽. ⓒ연합뉴스
    ◆러 기술이전은 시간문제일 뿐 … 韓 살상무기 지원으로도 못 막아

    김정은의 최대 관심사는 군사정찰위성 기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위한 핵추진잠수함 건조 기술 등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이전이다. 북한의 숙원 과제인 주한미군 철수를 현실화한 뒤 핵 무력을 동원해 한국을 적화하려면 미국 본토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정은은 대규모 파병이라는 '피의 베팅'을 통해 러시아가 기술 이전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러시아의 기술 이전은 북한의 파병으로 인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송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의 거래를 우리가 막을 방법이 없다"며 "북한의 파병으로 이번 전쟁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韓 살상무기 지원, 우크라전→'남북 대리전'→北 백령도 타격 우려

    일각에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으로 북한의 파병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명시한 '신(新)북러조약'을 사문화할 유용한 협상카드로 꼽혔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한국이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한국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남북 대리전'을 치르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남북 대리전은 러시아와 북한의 전쟁범죄를 희석하고 북한의 대남 군사 도발을 정당화할 빌미를 줄 우려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초점이 러시아와 북한의 전쟁범죄에서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최근 북한은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를 주장하며 백령도 원점 타격을 언급했다. 남북 대리전 형국에서 북한의 이러한 도발은 한국 정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여소야대 정국은 전체주의 세력의 선전·선동에 매우 취약하다"고 밝혔다.

    살상무기 지원 여부는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 이후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국이 살상무기를 지원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확실히 승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결정적인 지원 없이 한국의 힘만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 출범하는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가 이기는 쪽으로 전쟁을 종료하겠다고 결정한다면 한국도 살상무기 지원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한국이 지금 섣불리 살상무기를 지원하면 우리만 타격을 입고 러시아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채 국내외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 우크라이나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받은 북한군 선발 부대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도착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규모를 약 1만2000명으로 추산했다. ⓒ뉴시스
    ▲ 우크라이나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받은 북한군 선발 부대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도착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규모를 약 1만2000명으로 추산했다. ⓒ뉴시스
    ◆대북 심리전으로 파병 북한군의 '위화도 회군'化 필요

    이제는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에 반발하고 폭동을 일으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제언도 나온다.

    익명의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서 북한 군인들을 총알받이로 만들고 이들이 버는 돈을 대부분 착복할 것"이라며 "김정은의 이러한 반인권, 반인륜적 작태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면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들을 통해 북한 내부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군에 자식을 보낸 북한 주민들이 반발할 것이고, 김정은 체제가 붕괴할 수 있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 틈새를 파고 들어가야 한다. 고려 말 위화도 회군에서처럼 북한군이 김정은에게 총부리를 돌릴 수 있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군을 대상으로 한 심리전이 중요하지만, 한국 국가정보원이 이에 공개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악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정원 요원들을 우크라이나 전장의 심리전에 투입하느냐는 비공개에 부쳐야 한다"며 "일각에서 심리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정부의 전략적 기밀 해제를 비합리적인 이유로 비판하고 있는데, 이러면 북한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1월 7일 北 '유엔 UPR'에서 러시아 파병 문제 제기해야

    다음 달 7일 북한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에서 북한의 파병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방법으로 거론된다.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자국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회원국들로부터 심의받는 제도다.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군사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이기에 UPR에서 문제를 제기할 명분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가 희생된다는 사실을 지적, 국제사회에서 김정은의 반인륜적 행태를 부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외교부가 최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제출한 사전 서면질의에는 북한의 파병 문제가 빠져 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외교부가 UPR 진행 중에라도 권고 발언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인지 모르겠다"며 "외교부 실무진은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UPR 같은 국제 무대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질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