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기자, 국감서 "민원인 IP 입수" 실토MBC 기자 "모 의원실서 민원 관련 제보받아"뉴스타파, 권익위 신고 이전‥'취재 착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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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쌍둥이 동생과 아들이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을 동료 직원들로부터 들었습니다. 또한 이메일 정보로 구글링을 해본 결과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뉴데일리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우리는 왜 공익신고자가 되었나>라는 타이틀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직원 A씨는 "지난해 9월 4일 오후부터 뉴스타파 인용보도 관련 민원이 방심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그 중 내용이 비슷하거나 오탈자까지 똑같은 민원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민원인 가운데 류 위원장과 인연이 있는 모 단체 대표의 이름이 있는 것을 확인한 A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민원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방심위 직원 B씨도 "키워드 조합 등을 통해 류 위원장의 전 직장 동료와 가족들, 그리고 류 위원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단체 소속 직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른바 '구글링'을 통해 민원인들과 류 위원장과의 사적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A씨의 주장을 거들었다.
민원인이 '공인'이거나 공인에 준하는 인물일 경우 '이름 검색'만으로도 신원을 추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복수의 일반 민원인이 특정인과 '가족관계'라는 사실은 단순 검색만으로는 알아내기 힘들다.
A씨는 "다른 직원들이 류희림 씨와 이름이 비슷한 민원이 들어왔다고 알려줘서 알게 됐다"며 "이메일 같은 걸로 '류희림 가족'이 맞는지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바로 나오더라"고 주장했다.
◆방심위원장 '처조카'까지 특정
실제로 류 위원장의 쌍둥이 동생은 한 블로그 게시물에 소개돼 있어 특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심위 직원들은 "민원인 가운데 류 위원장의 동생뿐 아니라 처조카까지 있었다"며 약 20명의 민원인과 류 위원장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게 단순 검색으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인가? 이러한 인척관계는 행정기관이나 정보기관의 도움 없이는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게 다수 보안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터넷 검색만으론 일반인의 신상과 가족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공권력이나 통신회사·행정기관 등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A씨 등은 지난해 9월 14일 류 의원장의 동생이 민원을 넣었다는 '내부 보고용 문건'을 작성했고, 같은 달 27일 사내 게시판에 "류 위원장님, 왜 회피 않으십니까?"라는 제목으로 해당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지난해 12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이른바 '민원사주' 의혹이 신고됐고, 이틀 후 '뉴스타파'와 MBC '뉴스데스크'가 동일한 내용을 대서특필했다는 게 방심위 직원들이 밝힌 사건 타임라인이다.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강명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민원사주 의혹'을 단독보도한 C기자는 다음 날 아침,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한 의원실을 통해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저는 불과 2주전에 인사가 났는데 2주전까지 방통위, 방심위 출입기자였고,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실과도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한 의원실을 통해서 류희림 방심위원장 가족과 친지들이 방심위에서 뉴스타파에서 보도했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보도한 방송사들에게 무더기 민원을 넣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제가 접했고요."
해당 제보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실에서 처음 전달받았다는 게 C기자의 주장. MBC노조는 "지난해 12월 26일 4명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방위원 4명이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이 MBC 등에 제보한 인물들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C기자는 '제보자들을 저희도 신원을 정확히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자료를 어떻게 취합하고 가공했는지 잘 모르지만, 일부 관계도를 파악한 부분이 자료에 실리기는 했다'고 말했다"면서 C기자가 제보자들이 낸 자료를 '방심위 자료'라고 특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희는 그 보도 과정에서 당연히 방심위 자료 일부의 어떤 관계가 표시가 됐음에도 저희가 당연히 이중으로 체크하는 과정을 거쳤고, 사실은 저희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C기자의 발언을 두고, 사실상 제보자들이 '방심위 직원들'이라고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한 MBC노조는 "△민노총 방심위 지부 소속 직원들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관계도'를 그리는 등 이른바 '민원사주 의혹'의 밑그림을 그렸고 △공모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민주당 과방위 국회의원이 MBC 기자에게 접근해 방심위 직원들이 권익위에 낸 '문건'을 MBC 기자에게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C기자 "모 의원실 통해 제보받아"
MBC노조는 뉴스타파와 MBC가 함께 보도한 것도 대단히 의도적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뉴스타파만 보도할 경우 '신학림-김만배 가짜뉴스'의 원인제공자가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악의적인 보복보도를 한 것으로 의심받을 것이 뻔하기에, 친민주당 방송을 해온 MBC 기자를 동원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MBC노조는 "누군가 정당, 시민단체, 방심위 노조, 언론사를 총괄하며 지휘한 '설계자'가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며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면 민주당 등 권력기관이 조종한 '언론공작'이었는지 그 실태가 드러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MBC노조는 "지난 21일 국회 과방위가 진행한 방심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민노총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 △뉴스타파-MBC가 '삼각공조체제'를 형성해 '민원사주 의혹'을 퍼뜨린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앞서 관련 의혹을 보도한 C기자가 "방심위 직원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 지인이나 가족들의 '관계도'가 그려져 있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에 국정감사에 출석한 뉴스타파 기자가 "민원인 IP 주소가 포함된 자료를 받았다"고 밝힘에 따라, 이를 단순한 방심위 담당 직원의 '공익제보'로 포장하기 힘든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IP(Internet Protocol address)'는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고유 주소로, 민원을 접수한 방심위 직원이나 통신사 IP 관리자가 아니면 외부에서 알 수 없는 개인정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에게 "가족 관계를 다 어떻게 찾아냈느냐?"고 물었다.
이에 봉 기자는 "한 가지, 지금 의원님들이 잘 모르시는 게 IP 주소가 있다. IP 주소"라며 "가족이 하나의 컴퓨터로 한 집에서 민원을 넣으면 하나의 IP 주소만 있겠죠"라고 답했다.
제보로 받은 자료의 IP 주소가 동일해 가족관계인 걸 알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구글링을 통해 가족관계를 파악했다는 방심위 직원들의 주장과는 다른 설명이었다.
해당 진술이 나오자 국민의힘은 "방심위 민원은 접수 직후 '민원을 낸 여부'부터 비공개 처리되는 만큼, 방심위 내부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민원 내용과 IP 주소 등은 방심위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자료"라며 방심위 전산 담당자와 뉴스타파 기자 등을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IP 주소가 동일해 '가족관계' 확신"
MBC노조는 "봉 기자의 진술로, IP 추적을 포함한 조직적인 '민원인 사찰'이 이뤄졌다는 합리적 의혹이 성립됐다"며 "방심위 직원들이 민주당 등 권력기관의 비호를 받으면서 과감하게 개인정보를 추적·조사하고 사찰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특히 "뉴스타파와 MBC의 '취재 착수일'은 방심위 직원들이 권익위에 제보하기 전날인 지난해 12월 22일에 시작된 것으로 국감에서 밝혀졌다"며 "권익위 신고 이전에 민주당과 작당해 'IP 추적 결과' 등의 문건을 만든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추정한 MBC노조는 "실무자가 타 부서 직원에게 개인정보를 넘겨도 엄연한 개인정보 불법 유출이 된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민노총 방심위 지부장은 이번 국감에서 최수진 의원이 'IP 주소를 찾아봤나'고 물으니 '모른다'고 답했고, '(가족·지인 민원을) MBC와 뉴스타파에 제공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그것은 여기에서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해 사실상 스스로 언론사에 제보한 것을 인정했다"며 "의혹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삼각공조'로 방심위에 민원을 넣은 이들의 가족관계와 인척관계, 그리고 IP 주소가 탈탈 털린 것"이라며 "이제 두려워서 누가 방심위에 실명으로 민원을 넣겠느냐"고 반문한 MBC노조는 "누가 이 정부의 기능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마비시키고 있는가? 이러한 반국가적인 범죄에 MBC가 보도라는 칼을 들고 조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