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바탄 원전 MOU … 동남아 수주 기대감싱가포르와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LNG 협력 MOU아세안과 35년만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이시바와 첫 정상회담 … 셔틀외교 신뢰 확인尹, 5박 6일 동남아 3개국 순방 마치고 11일 귀국
  •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10.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10.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5박 6일간 동남아 3개국 순방을 통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인 필리핀, 싱가포르와 개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Strategic Partnership)를 맺었다. 또한, 아세안과는 대화 관계 수립 35년 만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특히 필리핀 국빈 방문을 통해 38년 전 멈춰선 바탄 원전 재개 공사 수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싱가포르와는 공급망, 스타트업, AI(인공지능) 등 주요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필리핀 바탄 원전 MOU … 우리 원전 동남아 진출 길 뚫어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7일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필리핀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위한 공동 문건을 채택했다. 양국이 1949년 수교를 맺은 이래 75년간 공식적으로 양자관계를 설정하고 이에 관한 정상 차원의 공동문건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필리핀 에너지부와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 협력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바탄 원전은 1976년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착공해 1984년 준공 직전에 공사가 중단됐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운영 계획이 백지화됐다.
  • ▲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필리핀 말라카냥 궁에서 열린 한-필리핀 확대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07.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필리핀 말라카냥 궁에서 열린 한-필리핀 확대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07. ⓒ뉴시스
    그러나 2022년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 에너지 계획 2050'을 발표하며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바탄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나섰다.

    한수원의 타당성 조사 결과 원전 재개로 결론 나면 2009년 20조 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올해 7월 24조 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어 동남아에도 한국 원전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에 따라 필리핀에서 진행되는 연합훈련에 우리 군이 참여하는 등 국방, 방산, 해양 등 안보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도 강화된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방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특히 필리핀의 군 현대화 3단계 사업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가기로 했다"며 "오늘 체결된 해양 협력 MOU를 통해 해상 초국가 범죄 대응, 정보교환, 수색구조와 같은 해양 안보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또 지난해 9월 서명된 '한-필리핀 FTA(자유무역협정)'를 조속히 발효시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필리핀에서 추진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등 경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양국 정부는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9억 달러)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10억 달러 이상)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해당 사업들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추진하기로 했다.
  • ▲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의회에서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10.08. ⓒ뉴시스
    ▲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의회에서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10.08. ⓒ뉴시스
    ◆싱가포르와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 체결

    윤석열 대통령은 8일에는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싱가포르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내년 수교 50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공급망, 스타트업, AI 등 주요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경제·안보 분야에서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싱가포르 통상산업부와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SCPA)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이번에 체결된 양국 간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을 기초로 바이오, 에너지, 첨단산업 분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교란에도 함께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항은 물동량 기준 세계 2위의 항만이자 120여 개국, 600여 개 항구를 연결하는 글로벌 물류 허브로, 우리에게 있어서는 각종 원자재, 에너지자원 등 공급망 안정에 있어 핵심적인 협력 파트너다.

    양국은 그간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에 함께 참여해 다자 차원의 협력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체결한 SCPA는 다자 협정인 IPEF 공급망 협정을 양자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싱가포르가 첫 번째 체결국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양국은 이번에 체결된 공급망 파트너십을 토대로 첨단 제조, 바이오, 에너지자원 등 미래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역내 공급망 재편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 간 '공급망 위기 대응 시스템'을 공유해서 공급망 교란 징후를 포착하면 상호 간 신속히 통보하고, 공급망 교란 발생 시에는 5일 내 긴급회의를 개최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와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는 주요 공급망 협력 분야 중에서 우선 'LNG(액화천연가스) 분야 협력 MOU'를 체결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트레이딩 허브인 싱가포르는 LNG의 경우 재수출 물량 기준으로 세계 4위로, 세계 3위 LNG 수입국인 우리나라에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꼽힌다.

    이번 MOU를 통해 양국은 필요시 재고 물량을 교환하는 LNG 스와프와 공동구매, 정보교환 등 LNG 공급망 전반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국내 천연가스 수급을 안정시키는 한편, LNG 도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와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는 '첨단산업 에너지 기술협력 MOU'를 체결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국·일본·중국)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를 비롯한 아세안 정상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얀마 아웅 쪼 모 외교부 사무차관, 필리핀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싱가포르 로렌스 웡 총리, 태국 패통탄 친나왓 총리, 베트남 팜 밍 찡 총리 , 윤석열 대통령,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의장국인 라오스 손싸이 시판돈 총리, 중국 리창 총리, 말레이시아 안와르 빈 이브라힘 총리, 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 인도네시아 마루프 아민 부통령, 동티모르 샤나나 구스마웅 총리. 2024.10.10.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국·일본·중국)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를 비롯한 아세안 정상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얀마 아웅 쪼 모 외교부 사무차관, 필리핀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싱가포르 로렌스 웡 총리, 태국 패통탄 친나왓 총리, 베트남 팜 밍 찡 총리 , 윤석열 대통령,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의장국인 라오스 손싸이 시판돈 총리, 중국 리창 총리, 말레이시아 안와르 빈 이브라힘 총리, 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 인도네시아 마루프 아민 부통령, 동티모르 샤나나 구스마웅 총리. 2024.10.10. ⓒ뉴시스
    ◆아세안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

    윤 대통령은 라오스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세안과 대화 관계 수립 35년 만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를 수립했다.

    대통령실은 "1989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후 한-아세안 협력의 확대, 발전 성과를 반영, 35주년 계기 최상위급 파트너십 수립"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0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 "최고 단계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새로운 미래의 역사를 함께 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채택된 한-아세안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공동성명에 따라 양측은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정치‧안보 분야에서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를 다음 달 최초로 대면 개최하고, 아세안의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 지원을 비롯한 전략적 공조와 안보 협력 강화를 추진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내년 한-아세안 싱크탱크 다이얼로그 출범을 통해 급변하는 통상 환경 대응에 공조하기로 했고, 올해 안으로 한-아세안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에 착수한다. 또 스마트 시티 협력 등 친환경적이며 연결된 미래 사회 구축에 나선다.

    아울러 사회‧문화 분야에서 향후 5년간 아세안 출신 학생 4만 명에 대한 연수사업, 내년 이공계 첨단분야(STEM) 장학생 사업 발족 등 청년과 미래 세대를 위한 토대를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에서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문구도 포함됐다.

    양측은 공동성명에 "남중국해에서 평화, 안정, 안보, 안전 그리고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른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증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지속 확인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해양법 집행 등 해양 안전·안보에 관한 협력을 증진하고,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하여 보편적으로 인정된 국제법 원칙에 따른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국제법에 대한 존중을 증진한다"라고도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번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 성과에 대해 "아세안과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관계 수립하고, 한일중 협력과 아세안+3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촉진했다"며 "북한 문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촉구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역내 및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과 기여를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 ▲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4.10.10.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4.10.10. ⓒ뉴시스
    이시바와 첫 정상회담 ... 한일 셔틀외교 이어간다

    윤 대통령은 10일 라오스에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간 셔틀외교를 이어가고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대통령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2년 동안 양국 정상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활발한 고위급 교류가 이뤄져 왔으며, 양국의 정계, 재계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다 같이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양국 정상은 내년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셔틀 외교를 활발히 진행시키면서 양국 국민 간의 교류를 촉진해 나가기로 했으며,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 가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또 안보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 한미일이 완성해서 가동하고 있는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계속 면밀하게 가동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그리고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또 북한과 북한을 지원하는 세력의 엄중한 경고 메시지가 발신되도록 한일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계기로 이날 일본 외에도 베트남, 태국, 라오스 정상과, 11일에는 호주 정상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11일 오전 라오스에서 동아시아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귀국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