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사니즘 본부장에 주형철 경기연구원장대선 경쟁자 친문 김동연 측근 빼오기 논란비명 "집권플랜본부 이름값 맞는 행보해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이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이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집권을 준비하겠다며 출범시킨 집권플랜본부가 영입 1호로 이 대표의 정적인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측근을 데려왔다. 이 대표가 경기도 싱크탱크 수장인 주형철 경기도연구원장을 영입한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시대'를 열겠다며 만들어진 집권플랜본부의 첫 행보가 경쟁자 죽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불리는 한 민주당 의원은 1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오직 이재명 대표의 집권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징적인 기구가 처음으로 하는 일이 정적의 측근을 빼오는 일이냐"면서 "이런 모습이 외부에서는 어떻게 보여질지 이 대표의 사람들이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주 원장은 지난 5일 경기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민주당 집권플랜본부의 핵심인 '먹사니즘 본부장'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먹사니즘은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내세웠던 핵심 정책 모토다. 먹고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의미로 먹사니즘 본부장을 중심으로 각종 민생 정책을 검토하고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집권플랜본부는 지난 7일 민주당에서 야심차게 출범시킨 당내 기구다. 신명(신이재명)으로 불리는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총괄 본부장을 맡는다. 김 최고위원은 출범 일성에서 "이 대표의 시대를 진지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주 원장이 맡고 있는 직책은 경기도에서도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경기연구원은 경기도지사의 정책 책사로 불릴 만큼 비중이 크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재직할 당시 경기연구원장은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대표 정책인 기본사회의 창시자로 불린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의 주 원장 영입은 그만큼 상징성이 있는 셈이다.

    김 지사는 이 대표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로 불린다.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문 전 대통령도 지난 4일 경기도청을 직접 방문해 김 지사와 40여분간 회동했다. 전직 대통령이 경기도청을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친문 인사로 불리는 주 원장이 문 전 대통령 방문이 있던 다음날 사직서를 냈다. 그는 문재인 청와대에서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경기연구원장 임기도 1년이나 남은 상태다. 경기도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주 원장의 집권플랜본부 행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 상태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집권플랜본부가 굳이 첫 외부 영입 인사로 주 원장을 데려온 것을 두고 의아해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파 경쟁의 인상을 주는 듯한 모습을 집권을 준비한다는 당 기구가 나서서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상대의 싱크탱크 수장을 빼왔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집권플랜본부라는 이름값에 걸맞는 행보를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