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대학가요제', 오는 10일 밤 첫 방송'이승환 밴드마스터' 조삼희, 음악 감독 맡아김형석·김현철·윤상·김태우 ‥ 심사위원 발탁타미김·오장훈·박계수 ‥ 초특급 하우스 밴드
  •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네이버 영화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네이버 영화
    "지는 '대학가요제' 갈라고 대학 갔는디요?"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대학생 '재식(류준열 분)'은 우연히 손님으로 찾아온 '만섭(송강호 분)' 일행에게 자신은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게 꿈이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교에 들어갔다고 말한다.

    지금은 공감하기 어려운 말이 됐지만, 청춘과 낭만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 시절 '대학가요제'는 대다수 대학생들의 로망이자 꿈 같은 무대였다.  

    70~80년대만 해도 대학생을 '선택받은 지성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런 이들이 기타를 둘러매고 파격적인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청년들에게 일종의 해방구로 다가왔고, 보수적이었던 일반 대중에겐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룹사운드(밴드)로 대변되는 당시 대학문화를 반영한 '대학가요제'는 대학생 신분으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의 달콤함을 알려주는 동시에 기성가요계와 대비되는 신선한 충격과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1977년부터 매년 개최된 'MBC 대학가요제'는 배철수·심수봉·노사연·조갑경·이정석·신해철·김경호·김동률 등 수많은 인기 가수를 배출한 가요계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 패기와 끼로 똘똘 뭉친 대학생들이 '대학가요제'로 데뷔해 가요계의 판도를 바꾸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과 인기는 2000년대 들어 시들해졌다. 케이블과 지상파방송이 앞다퉈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대학가요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적어졌고, 음악 외 놀거리가 다양해지는 등 '청년문화'가 급변한 것도 한몫했다. 또 10대부터 연예기획사에 들어가 가수 준비를 하는 '아이돌 양성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것도 '대학가요제'에 대한 열망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 ▲ 'TV조선 대학가요제' 포스터. ⓒTV조선
    ▲ 'TV조선 대학가요제' 포스터. ⓒTV조선
    ◆"가요계·대학가에 다시 '밴드 열풍' 조짐"

    그렇게 2012년을 끝으로 막을 내린 '대학가요제'를 다시금 '청춘의 아이콘'으로 되살리는 초특급 프로젝트가 방영을 앞두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는 10일 밤 9시에 첫 방송되는 'TV조선 대학가요제'는 기존 경연대회 포맷에 오디션 경쟁 구도를 도입한 '대학생 전용'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전 세계 대학생들이 총출동한 '장르 파괴' '형식 파괴' 꿈의 오디션을 표방한다.

    2012년 폐지 이후에도 각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대학가요제'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새로운 스타와 히트곡 탄생의 부재 등으로 큰 각광을 받지 못했다. 올해도 '한강대학가요제'와 '해운대대학가요제'가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열렸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TV조선 대학가요제'는 '오디션 명가' TV조선이 제작하고, MBC '미스터리 음악쇼 - 복면가왕'을 탄생시킨 박원우 작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갖는다. 김영석 PD를 비롯해 음악방송으로 잔뼈가 굵은 스태프가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TV조선 대학가요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요소 중 하나다.

    무엇보다 대중음악 트렌드의 흐름을 재빨리 읽어내는 TV조선만의 노하우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TV조선은 왜 이 시점에서 '대학가요제'를 들고 나왔을까. 제작진은 최근 들어 가요계와 대학가에 다시 '밴드 열풍'이 일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동안 가요계에서 힙합이나 하우스, 클럽음악 등이 대세를 이루다 '레트로 붐'과 함께 80~90년대 복고풍 음악이 유행을 타고 있고, 록장르 기반의 '밴드음악'을 준비 중인 기획사들이 늘고 있어 대중음악의 주류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 아이돌 일변도의 케이팝(K-POP)에 식상한 대중이 새로운 장르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점도 TV조선의 '도전'을 부추기는 배경이 됐다.

    'TV조선 대학가요제'의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조삼희는 "일선에서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그만큼 밴드음악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조삼희는 이승환·김현철·신승훈·윤상 등 국내 최정상급 뮤지션들의 공연에서 '밴드마스터'를 역임하고, 수많은 가수들의 앨범 녹음 및 라이브 세션에 참여한 베테랑 연주자다.
  • ▲ 'TV조선 대학가요제'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조삼희. ⓒ서성진 기자
    ▲ 'TV조선 대학가요제'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조삼희. ⓒ서성진 기자
    ◆"트롯 시장 성장 정체 ‥ 대안 모색해야"

    조삼희는 "밴드동아리를 결성해 활동하는 대학생들은 물론 '직장인밴드'들도 속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밴드음악을 즐기고 공유하는 문화가 대중에게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조삼희는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인기를 기화로 수년간 트로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으나, 규모면에서 이미 오를 데로 오른 상황이라 가요계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트로트 붐을 일으킨 TV조선이 현재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트로트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새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도전정신'을 높이 샀다는 조삼희.

    "박원우 작가로부터 제안을 받고 지난 7월부터 1차 심사를 시작했는데요. 무려 1700여 팀이 지원해 총 54팀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어요. 고무적인 건 이 중 21팀이 밴드라는 겁니다. 음악감독으로서 짧은 시간 안에 편곡을 마치고 녹화하는 일정이 반복돼 몸은 힘들지만, 솔직히 밴드가 많아서 기분이 좋아요. 개인 역량과 팀워크가 모두 뛰어난 밴드들도 꽤 있더라고요. 팀원들이 서로의 눈빛만 봐도 합이 잘 맞을 때 거기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런 엄청난 기운을 저희 제작진뿐 아니라 시청자 모두가 느꼈으면 해요."

    조삼희는 "편곡 후 반주음원을 만들면서 심사위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곤 하는데, 녹화 당일 실제로 그런 리액션이 나오면 정말 재미있다"며 "학생들의 도전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곡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심사위원들의 반응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기발한 엔딩 연주를 보여준 한 팀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귀띔한 조삼희는 "쉬는 시간 심사위원들과 서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전반적으로 평이 좋다"며 "과연 어떤 팀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결선 무대에 진출할지 저부터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조삼희는 이번 'TV조선 대학가요제'에서 경연자들과 연주자들을 위해 일일이 악보를 그리고 편곡한 뒤 반주음원까지 도맡아 연주·녹음하는 '가시밭길'을 걷는 중이다.

    "1996년부터 '이승환 밴드'에서 15년간 활동하면서 생긴 버릇인데요. 제가 '밴드마스터'를 맡으면 미리 악보를 다 그려서 팀원들에게 나눠줘야 안심이 돼요. 그러면 시간도 훨씬 절약되고 완성도도 높일 수 있죠. 특히 승환이 형 공연은 매 공연마다 베리에이션을 주기 때문에 다수의 곡들을 새롭게 편곡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걸 대비하고 준비하던 습관이 '방송 음악감독'을 할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
  • ▲ 'TV조선 대학가요제'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조삼희. ⓒ서성진 기자
    ▲ 'TV조선 대학가요제'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조삼희. ⓒ서성진 기자
    ◆"방송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팀 주목"

    지난 8월 31일과 9월 1일, 1·2라운드 녹화를 하고 지난 6일 3라운드 녹화까지 마친 조삼희는 일주일에 3일가량 '밤샘작업'을 하는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참가자 수가 워낙 많다보니 곡 선택이나 녹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돼, 물리적인 한계치를 넘나드는 고된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 참가자들이 대학생이라 수업이 없는 주말에 몰아서 촬영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제작 일정을 빠듯하게 만드는 주요인 중 하나다.

    "오늘도 밤을 새고 왔는데요. 3일 정도 새는 건 일도 아니예요. 너무 피곤하면 10분 정도 눈을 붙이고 다시 작업을 하는 식이죠. 제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하는 건 용납 못하는 완벽주의 스타일이기도 하고, 결정장애가 있어 편곡할 때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에요. (웃음)"

    "앞으로도 격주별로 경연녹화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여전히 난관이 많이 남아 있다"고 토로한 조삼희는 "그래도 발전 가능성 있고, 실력 좋은 팀들이 많아 고생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점점 성장하는 팀들의 모습도 또 하나의 볼거리"라고 소개했다.

    "방송이 정말 재미있는 게, 냉정하게 한 무대만 놓고 보면 떨어져도 할 말이 없는 팀인데,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종전의 실수를 만회하고 점점 좋아지는 팀들이 있다는 점이죠. 사실 경연 무대에서 실력을 100% 발휘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무대 공포증이 있는 친구들도 있고요. 그런 점 때문에 위축돼서 제 실력을 다 못 보여줬던 팀들이 어느 순간 무대에서 '포텐셜'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걸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죠. 그래서 그런 가능성 있는 친구들을 방송에서 이끌어내려고 노력 중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 때 교회에서 기타를 치는 김병찬(부활 1집 베이시스트)의 모습에 반해 처음부터 일렉트릭 기타를 잡은 조삼희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밴드활동을 시작한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스쿨밴드 시절 해외 음악 외에도 송골매·건아들·활주로·블랙테트라 같은 국내 대학밴드들의 곡들을 수없이 카피하며 '선배들처럼 평생 밴드하는 뮤지션으로 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저 역시 어릴 땐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게 꿈이었지만, 기본적으로 기타리스트로 오랫동안 밴드활동을 하는 게 제 삶의 목표였어요. 이걸로 돈을 많이 번다거나 유명한 가수가 되겠다는 것보다 그냥 기타치는 게 좋았죠. 이번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후배들도 저와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조삼희는 "꾸준히 한우물을 파다 보니 우상이었던 송골매도 만나고, 구창모 형님 프로듀서도 맡아서 하게 되고, 지금은 존경하는 김현철 형님과 함께 앨범 녹음을 하고 있다. 결국엔 다 만나게 되더라"며 "무엇을 해내야겠다는 목표의식도 좋지만, 무엇보다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제가 참가자 모두에게 바라는 한가지"라고 강조했다.
  • ▲ 'TV조선 대학가요제'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조삼희. ⓒ서성진 기자
    ▲ 'TV조선 대학가요제'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조삼희. ⓒ서성진 기자
    ◆초특급 심사위원단·하우스밴드 출격

    지난해 MBN '오빠시대'에서 음악감독을 맡았을 때 최정상급 뮤지션들로 '드림팀' 하우스밴드를 꾸렸던 조삼희는 이번에도 국내에서 '난다 긴다 하는' 세션맨들을 모아 '대학가요제'의 명성에 걸맞는 고품격 사운드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준(기타) △타미김(기타) △이태윤(베이스) △오장훈(베이스) △박계수(드럼) △박지운(키보드) △이박(세컨키보드) △조재범(퍼커션) △배영호·김효수(코러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멤버) 등 세션계의 '달인'들이 끼와 열정으로 무장한 도전자들과 함께 한층 퀄리티 높은 경연무대를 연출할 계획이다.

    'TV조선 대학가요제'는 하우스밴드뿐 아니라 심사위원들도 '국보급' 초호화 군단으로 구성됐다. △'한국 가요계의 아버지' 김형석 △'원조 싱어송라이터' 김현철 △'발라드계의 조상' 윤상 △'언어의 마술사' 김이나 등 가요계 최강 전문가 집단은 물론 △'K-소울킹' 김태우 △'독보적인 허스키 보이스' 하동균 △'보컬 교과서' 임한별 △'명불허전 감성 보컬' 소유 등 대학생 참가자들의 우상 같은 보컬리스트들이 합류해 '8인 8색'의 다양한 심사 스타일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TV조선 대학가요제' 제작진은 "대중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심사위원들이 전문적이고 심도 깊은 견해와 시각으로 참가자들의 '무한 가능성'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TV조선 대학가요제'가 대중들과 더욱 가까이 호흡하고 소통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 세계 대학생들의 끼와 재능이 폭발하는 '축제의 장', 'TV조선 대학가요제'는 오는 10일 밤 9시에 첫 방송된다.
  • ▲ 'TV조선 대학가요제' 참가자들. ⓒTV조선
    ▲ 'TV조선 대학가요제' 참가자들. ⓒTV조선
    [사진 장소 협찬 = LP바 영도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