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은 '부결' 당론 … 與 "김건희 여사, 한 번은 마무리 할 때 됐다"

국민의힘이 야당의 김건희특검법 재표결에 대해 '부결'로 당론을 굳혔지만, 속내는 여사 리스크에 대한 당력 소모에 들끓고 있는 분위기다. 당에서는 여사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재표결을 앞둔 김건희특검법과 해병순직특검법, 지역화폐활성화법 등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은 김건희 한 명을 지키려다 전체 보수 세력을 궤멸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마라"며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희석시키려는 의도 뿐"이라며 "단일대오로 반드시 부결시킬 것"이라고 맞섰다.

최근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우는 한동훈 대표도 김건희특검법에 대해서는 "민주당 마음대로 골라서 민주당 마음대로 전횡할 수 있는 내용이고, 이런 법이 통과되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진다"며 당의 부결론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특검법 반대와는 별도로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이어 명품백 수수와 공천 개입 의혹 등 각종 논란에 대해 김 여사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여당 내에서도 김 여사 문제에 관해서 간단하게 보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당에서) '언제까지 이럴 거야'라는 문제의식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5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제 한 번은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여사의 입장 표명이 민주당과 여론의 압박이 커지기 전에 이뤄져야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의원은 '정쟁에 말려드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 그 이야기를 자꾸 하면 별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며 "가급적 우리는 말을 아끼고 빨리 정리해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를 해주십사 한다"고 밝혔다.

다만, 당에서는 김 여사의 사과 표명이 민주당에 또 다른 공세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여사가 아무리 진정성 있게 나서도 민주당이 '사과는 죄를 인정한 것'이라고 우기면서 공격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각종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여사가 공개적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친한(친한동훈)계로 꼽히는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서 "사과보다 김 여사께서 활동을 공개적으로 하는 걸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약속한 제2부속실 설치나 제도적인 정비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