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악마화' '만능키' … 양측의 비난에도 소명의식과 책임감""문재인 정부, 검경 역할·기능 쪼개고 나눠서 갈등하도록 만들어""법과 제도마저 권력투쟁의 도구화 … 민주주의·법치주의 위기"
  • ▲ 이원석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 이원석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약 2년여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검찰과 사법에 사회의 모든 문제를 몰아넣고 맡겨 오로지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고함치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며 "검찰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는 "별빛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끊임없는 비바람과 거친 파도에 맞서 힘겹게 사나운 바다를 헤쳐나가야 했다"고 말문을 열며 그간 검찰이 마주했던 압력과 도전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이어 "여전히 험한 풍랑 앞에 놓인 검찰을 남겨두고 떠난다는 사실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지만, 검찰구성원 여러분의 저력과 의지를 믿고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덧붙였다.

    ◆"소용돌이의 사법시대 … 극단적 양극화"

    이 총장은 현 시대를 '소용돌이의 사법'이라 표현하며,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검찰과 사법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단적 양극화에 빠진 우리 사회에 고함과 비난, 조롱과 저주, 혐오와 멸시가 판을 친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진영과 정파, 세대와 성별, 계층과 지역으로 나뉜 사회가 되었다"며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하여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되었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수사라 손가락질한다"며 양극화 속에서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양측 모두로부터 비난받는 현실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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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그는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며 "마주하는 모든 일마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 … 국민 기본권 지키려 노력"

    이 총장은 "2022년 5월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을 겪고 난 검찰은 말 그대로 병들어 누운 환자였다"며 "우선 법령과 제도를 바로잡고 정비해 수사가 업(業)의 본질인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게끔 복원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우선시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검찰에 원하는 일, 즉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먼저 찾았다"며 "'민생범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결론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민생범죄 대응에 대해서도 "지난 정부는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형사사법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역할과 기능을 쪼개고 나누고 분산하여 서로 갈등하도록 만들었다"며 "통섭과 융합의 시대에 그렇게 해서는 일이 되지 않고 시대정신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 총장은 "검찰 혼자서 일하는 시대가 아닌 여러 기관의 칸막이를 없애 함께 일하는 것만이 국민을 위한 공직자의 자세라 생각했다"며 증권범죄합수단, 보이스피싱합수단,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 등 수사단을 통해 범죄를 추적하고, 경찰, 해경, 금감원 등 여러 관계 기관과 협력해 민생 보호에 힘써왔다고 말했다.
  • ▲ 검찰. ⓒ뉴데일리 DB
    ▲ 검찰. ⓒ뉴데일리 DB
    ◆"민주주의·법치주의 지켜야 … 법·제도, 권력투쟁의 도구 아냐"

    이 총장은 "법과 제도마저 권력투쟁의 도구로 전락하면 공적 신뢰와 함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며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 심화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로 인하여, 오로지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기 진영을 방어하는 데에만 매달리는 양 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라며 "검찰과 사법에 사회의 모든 문제를 몰아넣고 맡겨 오로지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고함치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도 검찰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총장은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공격,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검사탄핵의 남발, 검찰을 아예 폐지한다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까지 계속되면서 명예와 자긍심만으로 버티는 검찰구성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며 "검찰구성원들의 희생과 인내만이 요구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애썼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안타깝고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덧붙였다.

    ◆"검찰의 저력 믿어"

    이 총장은 검찰구성원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인생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것이고, 세상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나아진다는 믿음을 가지자"며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믿음을 갖고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들자"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실력과 겸손을 갖춘 검찰구성원들의 저력을 기대하고, 또 믿는다"는 당부로 퇴임사를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김오수 전 총장이 임기를 마치지 않고 퇴임하자 대검찰청 차장이던 2022년 5월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후 같은해 9월에는 제45대 총장으로 취임해 총 2년 4개월여 간의 임기를 지냈다. 이 총장의 공식 임기는 15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