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 "TSMC, 민첩성-요구 대응능력 훌륭"대만-中-美 지정학적 긴장, 안정적 생산에 리스크 요인'수주 이력' 삼성전자 등 공급망 다양화 가능성 열어둬
  • ▲ '컴퓨텍스 2024'에서 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240602 AFP 연합뉴스. ⓒ연합뉴스
    ▲ '컴퓨텍스 2024'에서 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240602 AFP 연합뉴스. ⓒ연합뉴스
    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AI 칩 생산을 맡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황 CEO는 1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그룹 주최 테크 콘퍼런스에서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와의 대담을 통해 AI 칩 생산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전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현재 양산되는 칩으로 가장 인기 있는 '호퍼' 시리즈(H100, H200)와 차세대 칩 '블랙웰'을 모두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 대만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황 CEO는 이들 칩 생산을 TSMC에 의존하고 있는 것에 대해 "TSMC가 동종업계 최고이기 때문"이라며 "엔비디아의 지난해 매출의 큰 하키 스틱(급성장)은 (TSMC 등) 공급망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TSMC의 민첩성(agility)과 우리의 요구에 대응하는 능력은 놀랍다"면서 TSMC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TSMC)이 훌륭하기 때문에 사용한다"면서도 "그러나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we can always bring up others)"고 말했다.

    황 CEO는 '다른 업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삼성전자에 AI 칩 생산을 맡길 수도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0년 8㎚(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에서 제조하는 엔비디아 GTX3000시리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주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같은 공정으로 제조되는 차량용 반도체 '테그라'도 개발 중이다. 다만 이후 공정에서는 엔비디아 칩셋을 수주하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칩 조달을 TSMC에만 의존하는 것은 안정적인 생산에 위험요인이라고 여기고 있다.

    중국은 TSMC가 있는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고 있지만, 대만 집권 정부는 독립 성향에다 미국과 가깝다. 이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엔비디아가 TSMC로부터 칩을 공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황 CEO는 "엔비디아는 가능한 모든 측면에서 (공급망의) 유연성과 이중화를 확보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기술 대부분을 자체 개발하고 있어 다른 업체로 주문을 전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자칫 칩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신중함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