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빈곤-소득 불평등 해소' 혁신적 방법1995~2022년 중·저소득국, 무역 비중 커지면서 소득 3배 '껑충'2000년대 초반부터 높아진 무역장벽, 국가간 빈부격차 확대 우려
  • ▲ 세계무역기구. ⓒ연합뉴스
    ▲ 세계무역기구. ⓒ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는 9일(현지시각)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최빈국들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부유한 국가에도 일자리 보호를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비생산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하면서 세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재세계화(reglobalization)'를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WTO는 연례포럼을 앞두고 발표한 새 보고서에서 자유무역이 빈곤과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실제 1995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 무역에서 빈곤 및 중간소득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38%로 증가하고, 세계 무역에서 이들 국가간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5%에서 19%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빈곤 및 중진국의 인당 소득도 3배로 증가했다고 WTO는 제시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WTO 사무총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무역이 빈곤을 줄이고 번영을 확산시킨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무역이 세계를 더 불평등하게 만든다는 현재 널리 퍼져 있는 관념을 반박한다"고 강조했다.

    WTO는 "지정학적 압력으로 인한 세계 경제 분열 지속은 기술 최전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지속적인 추격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접근에 의존하는 저소득 경제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역장벽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광범위한 관세 도입과 2년 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중국산 전기자동차를 겨냥한 최근 조치 등 최근 10년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공약을 제시한 상태다.

    선진국의 이러한 관세 인상 움직임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차이나 쇼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값싼 중국산 제품 수입으로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됐지만, 미국 등에서는 제조업 일자리가 희생됐다.

    일각에서는 높은 관세가 제조업 일자리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보이고,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이후 경제 회복력 보장 방안으로 무역장벽이 제시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도 적대국 또는 잠재적 적대국에 대한 주요 상품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으로 보호주의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거론된다.

    하지만 보다 나은 기술 접근을 위해 외국인 투자와 무역에 의존해야 하는 빈곤 국가들은 이러한 무역장벽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WTO는 지적했다.

    선진국 역시 관세장벽으로 인해 각국의 보복관세를 초래하면서 경제에도 큰 부담을 낳을 것이란 게 WTO의 관측이다.

    은코조이웰라 총장은 "무역의 제한은 일반적으로 특정 사회집단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방법으로,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불만을 가진 무역 파트너로부터 값비싼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WTO는 세계화가 선진국과 빈곤국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됐지만, 국가 내 빈부격차를 확대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최근 수십년간 무역과 불평등 관련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강력하고 일관된 상관관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WTO는 각국 정부는 보호 장벽을 높이는 대신 노동자들이 수요가 많은 새 기술을 습득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랄프 오사 WT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도움이 되고 싶다면 근로자들이 기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유망한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