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성장 둔화 … 볼보, '2030년 100% 전기차 전환' 계획 연기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가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자동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연기했다. 전기차 수요가 이전처럼 강하지 않고 충전 인프라 부족에 대한 소비자 우려도 지속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AFP통신, CN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짐 로완 볼보 CEO는 4일(현지시각) 신형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우리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을 끝낼 준비가 돼 있지만, 시장과 인프라, 고객의 인식이 이를 따르지 못한다면 몇년을 미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업계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수요 감소에 유연하고 실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볼보는 스웨덴에서 설립됐지만,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하면서 지리 자회사로 돼 있다.

볼보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중에서는 가장 먼저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을 약속한 기업이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목표를 늦춘 상황에서도 여전히 전기차에 가장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성장은 둔화하는 추세다. 차량 가격이 내연기관 차보다 20~30%가량 비싸고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모델도 부족하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특히 유럽에서는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구매보조금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면서 전기차 성장률 감소가 두드러졌다.

HSBC에 따르면 독일의 올 들어 7월까지 전기차 판매량은 20% 줄어 전기차 보급률이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한 1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전체 전기차 보급률은 올해 14.8%로, 지난해 14.5%에 비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볼보는 전기차 전환 수정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전세계 판매량의 90~100%를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나머지는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한다.

이와 함께 소비자 수요 증가에 따라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투자도 지속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높아지면 기업들이 중국 이외 공장에서 높은 비용을 들여 차량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차 가격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수요를 늘리기 위해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나,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볼보는 중국, 스웨덴, 벨기에 등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슬로바키아에서는 2026년부터 차량을 생산할 새 공장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