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859억달러로 줄면서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서 밀려다우지수 최고 주가 유나이티드헬스그룹과 격차 30배 달해대체 가능 종목으로 엔비디아-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등 거론
  • ▲ 인텔. ⓒ인텔
    ▲ 인텔. ⓒ인텔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우량주 위주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우지수는 S&P다우존스인시지스가 미국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형주 30곳을 묶어서 발표하는 지수다. 한마디로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국가대표급' 종목만 모아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텔이 올 들어 주가가 60% 떨어지면서 다우지수 편입 종목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점 등을 이유로 이처럼 전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올 들어 인텔은 시가총액이 859억달러(115조원)로 쪼그라들면서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에서 밀려났다. 같은 기간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약 20% 올랐다.

    특히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2021년만 하더라도 인텔 매출이 3배 규모였으나, 이제는 절반에 불과하다.

    이날은 뉴욕증시에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투매가 벌어진 가운데 인텔도 주가가 8.8% 하락했다. 인텔의 장 마감 주가는 20.10달러다.

    다우지수 중 가장 주가가 높은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주가는 598.68달러로, 인텔의 30배에 달한다. 인텔이 당장 다우지수에서 제외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이다.

    로이터는 인텔이 다우지수에서 제외되면 평판이 훼손되고 주가에는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 인텔. ⓒ뉴시스
    ▲ 인텔. ⓒ뉴시스
    ◇부진한 실적에 '뒤늦은' 구조조정 예고…엔비디아-TI 등 대체 가능성
    앞서 인텔은 오픈AI 투자 기회를 놓친 후 AI 열풍에서 밀려나면서 입지가 축소됐고, TSMC에 맞서서 힘을 실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부문에서는 손실이 늘어났다.

    지난달 2분기 16억달러 순손실이라는 암울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위기 상황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펫 갤싱어 CEO는 배당 중단과 직원 약 15% 해고계획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시장 반응은 좋지 않다.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인텔의 전직 이사들은 너무 미미하고 늦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칼슨그룹의 수석 시장 스트래티지스트인 라이언 데트릭은 "인텔이 다우지수에서 빠지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을 것이며 최근 부진한 실적은 마지막 압박"이라고 말했다.

    서밋 인사이츠그룹의 애널리스트인 킨가이 찬은 시장 수요가 인텔에 유리하지 않고, 제품 로드맵에도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UBS증권에 따르면 7월 세계 반도체 판매량은 전월대비 11.1% 줄어들었고, 5년 및 10년 평균보다 적었다.

    로이터는 인텔이 이달 중순 이사회를 개최하고 불필요한 사업 정리와 자본지출 축소를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애초 독립법인으로 분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온 프로그래머블 칩(programmable chip) 사업부 '알테라(Altera)' 등을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320억달러 규모의 독일 공장 건설 계획을 일시 또는 완전히 중단하는 방안도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우지수를 관리하는 S&P는 인텔 제외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2월에는 약국 체인 월그린스 부츠가 아마존으로 대체된 사례가 있다.

    다우지수는 S&P500지수와 달리 주가 수준을 고려한다. 현재 인텔은 지수 내 가중치가 0.3%로, 가장 영향력이 낮은 종목이다.

    인텔에 투자하는 가벨리 펀즈의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류타 마키노는 엔비디아가 대신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주가가 올 들어 160% 뛰었다. 다만 다우지수가 다소 안정적인 종목을 선호하는 만큼 엔비디아의 경우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도 후보 중 하나라고 시노부스 트러스트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대니얼 모건이 전했다. TI의 주가는 올 들어 20% 뛰면서 다우지수 종목 평균과 비슷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