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서 계급 상사, 유족 연금 중사…법 개정 촉구"소급 안 되지만 미래 보고 해야겠다고 생각"與, 군인사법·공무원재해보상법 민생법안 추진野, 특검·청문회 공세에 법안들 상임위 계류
  • ▲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씨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좌측 사진). 같은 시각 1인 시위 현장 옆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임을 축하하는 쌀 화환이 놓여 있다(우측 사진). ⓒ손혜정 기자
    ▲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씨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좌측 사진). 같은 시각 1인 시위 현장 옆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임을 축하하는 쌀 화환이 놓여 있다(우측 사진). ⓒ손혜정 기자
    전국 곳곳에서 '폭염주의보'가 이어진 1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50) 씨는 하루 중 햇빛이 가장 강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 씨가 든 피켓에는 "추서 계급은 상사! 국방부 연금은 중사! 국회의원님들 하루빨리 공무원인사법 만들어 나라와 국민 지키는 군인, 경찰, 소방관을 예우해 주세요!"라는 호소가 담겼다.

    김 씨가 제22대 국회 개원 후 12주째 매주 월요일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사연은 군인사법과 공무원재해보상법 개정안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김 씨의 1인 시위 현장은 바로 옆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임을 축하하는 쌀 화환 물결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김 씨는 전장에서 남편을 잃고 21년간 '제복 입은 사람이 존경과 예우를 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계속해 '전쟁'을 치러왔고, 그 전쟁을 아직 끝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 한 상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월드컵 축제를 즐기던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북한군의 기습 선제 사격으로 발발한 제2연평해전에서 참수리 357호 조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다 장렬히 산화했고, 2015년 상사로 진급 추서됐다.

    김 씨의 남편은 상사로 진급했지만, 국방부의 유족 연금은 현행법상 상사가 아닌 '중사 계급'에 준해 지급되고 있다.

    이에 김 씨는 국회 정문 앞에서 뉴데일리와 만나 "유족 연금은 제가 받지 않아서 몰랐다가 2019년 말쯤에야 상황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개정안이 통과돼도 소급 적용 조항이 없어 고 한 상사의 유족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김 씨는 "우리나라는 휴전 국가다. 군·경찰·소방관 등 희생을 기리고 미래를 위해서라도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행동으로 옮기게 됐다"고 강조했다.

    22대 국회 들어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추서된 계급에 맞게 유족 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군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유용원 의원은 경찰·소방관 등 다른 공무원들에게도 같은 내용이 적용되는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두 개정안은 민주당의 각종 특검·청문회 등 정쟁 속에서 뒷전에 밀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계류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한기호·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같은 이유로 계류됐다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군인사법·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을 1호 민생 법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김 씨를 만나 법안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여야가 최근 비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협의의 물꼬를 튼 만큼, 김 씨는 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1인 시위 현장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 ▲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아내 김한나씨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손혜정 기자
    ▲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아내 김한나씨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손혜정 기자
    다음은 김한나 씨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배경은.

    "국방부 유족 연금은 시부모님이 받고 있기에 몰랐는데, 2019년도 말쯤 연금이 중사 계급에 준해 지급돼 왔던 것을 알게 됐다. 국군재정관리단에 문의했더니 도저히 설명되지 않은 말들만 들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2020년 서해수호의 날 양 정당에 이 사실을 알렸고, 제21대 국회에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며 나서주셨다. 하지만 임기 막판까지 지지부진해서 지난해부터 직접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

    -군인사법·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소급 적용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다. 상사 계급에 맞춰 연금이 인상돼도 7만9000원 정도 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고, 소급이 안 돼 우리는 해당되지 않는다.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우리나라는 휴전 국가인데도 사회 풍토 자체가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희생한 영웅들에 대한 인식이 아직 박한 것 같다.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겠나. 제복 입은 분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현 정부 들어 연평해전이 교과서에 다시 수록될 것으로도 전망됐는데.

    "진행되고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연평해전, 북한의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목함지뢰 도발 사건을 비롯해 육군 전차 사격 훈련 중에 일어난 화재 등 최근 역사적 사건은 모두 교과서에 싣고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여당이 1호 민생법안으로 군인사법·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지난 13일 '서해바다를 지킨 영웅 한상국' 동화책을 만든 '한상국 상사를 기리는 친구들'의 모임이 있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자리에 잠깐 들러 40분간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한 대표가 들어오면서 '저는 밀덕(밀리터리 덕후)입니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한 대표가 '내가 언제까지 이 자리에 있겠나. 하지만 대표로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하겠다. 우리 당이 보수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게 기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개정법안을 민생법 1호로 정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두 개 법안이 꼭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때 한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아 화제가 됐는데, 인연의 배경은.

    "한 대표를 처음 본 것은 올해 3월 한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일 때였다. 1인 시위에 관심 가져달라고 말했더니 흔쾌히 연락처를 알려주면서 '도움 될 일이라면 뭐든 바로 말해달라'고 했다. 총선이 끝나고 6월 7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9년형을 받은 날, 언론이 이화영에 주목할 때 한 대표가 페이스북에 '서해 바다를 지킨 영웅, 한상국' 동화책 제작 프로젝트를 소개해줬다. 300만 원 펀딩이 목표였는데, 한 대표 소개로 3800만 원이 모금됐다. 시간이 조금 지나 당대표 선거 때 후원회장을 맡아달라고 연락을 주셨다. 저를 둘러싼 각종 음해와 송사에 시달렸던 때라 무혐의를 받았음에도 행여나 폐가 될 것 같아 '맡기 어렵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한 대표도 진실을 알아주고 재차 연락을 줬다."

    -고 한 상사는 어떤 분이셨나.

    "지금 말로 하면 '아재 개그'를 좋아하는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 살살 해도 된다고 생각되는 일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책임감이 무척 강한 사람이었다."

    -역사에서 연평해전은 어떻게 기억돼야 하나.

    "연평해전은 우리 국민이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NLL을 불법 침범해 기습적으로 우리나라를 공격한 전쟁이다. 우리가 북한군의 NLL 무력화를 막았고 승리한 해전이지만, 남편을 비롯해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다쳤다. 우리는 휴전 국가다. 제대로 알아야 한다. 연평해전뿐 아니라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목함지뢰 도발 등 우리는 다 기억해야 한다. 내 남편의 이름 석자를 기억해달라는 게 아니라 이분들이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켜낸 일을 기억해달라는 것이다. 이분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편안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두 개정안을 비롯해 민생법안이 정쟁으로 인해 계류하는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얘기하는 것은 선을 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민생법은 빨리 해결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서로 싸우는 건 싸우되 민주당도 본인들이 '일 안 하는 당'이라고 인식되기 전에 협상 테이블에 나와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