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사과문자 보냈으나 韓이 읽씹" 주장 나와韓 "영부인과 사적방식으로 논의 적절치 않아"元 "호응했다면 당 어려움 겪지 않았을 것"羅 "판단 부족…韓, 당원·국민께 사과해야"
  •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명품백 사건 사과' 의사를 밝힌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 문자를 무시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한 후보는 5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과 동행식당 현장을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아하다"며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 소통했다"며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문자 '읽씹'(읽고 씹다) 논란은 전날 김규완 CBS 논설실장이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냈다는 문자 내용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김 실장은 명품백 논란이 거세진 지난 1월, 김 여사가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은 한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문자를 입수해 핵심 내용을 재구성한 내용을 공개했다.

    김 실장이 주장하는 문자 내용에 따르면,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몇 번이나 국민들께 사과하려고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 그럼에도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사과하라면 하고 더 한 것도 요청하면 따르겠다. 한 위원장님 뜻대로 따르겠으니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 실장은 "한 후보가 이 문자를 우리 흔한 말로 '읽씹' 했다는 것"이라며 "일체의 답변을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 입장에서 굉장히 모욕을 느꼈다고 들었다"며 "문자를 보면 굉장히 굴욕적으로 저자세로 정중하게 보냈는데 한 후보가 일체의 답변도 응답도 없었다"고 전했다.
  • ▲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의 내용을 김규완 CBS 논설실장이 재구성한 문자.ⓒ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캡처
    ▲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의 내용을 김규완 CBS 논설실장이 재구성한 문자.ⓒ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캡처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한 후보 캠프는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실장이 재구성해 공개한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는 "재구성했다고 하지 않았나. 내용이 좀 다르다"면서도 '읽씹'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아울러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가'라는 질문에는 "제가 쓰거나 보낸 문자가 아닌데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 제가 앞에 말씀드린 걸로 충분히 설명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총선 당시 문자 내용을 공개한 것이 친윤(친윤석열)계의 작전이라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서는 "당 화합을 이끌어야 하고 당 대표가 되고자 나온 것이기에 제가 더 분란을 일으킬 만한 추측이나 가정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판단 부족"이라며 한 후보를 질타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라며 "절윤(切尹)이라는 세간이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그때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호응했다면 얼마든지 지혜로운 답을 찾을 수 있었고 당이 그토록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인식으로 당 대표가 된다면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보나 마나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건데, 공적·사적 다 떠나 도리와 예의가 먼저"라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한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고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었다"며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