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의 트라우마…배신의 정치 논란 심화"羅·元도 배신"…당원들, 朴 탄핵 정국 재조명
  • ▲ (왼쪽부터)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DB
    ▲ (왼쪽부터)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DB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배신의 정치' 논란으로 격화하고 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등 당권주자들이 한동훈 당 대표 후보를 향해 일제히 '배신자' 프레임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다. 한 후보는 '한동훈 공포 마케팅'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한 후보는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신을 향한 '배신' 공세에 대해 '공한증(恐韓症)'으로 맞받았다. 한 후보는 "세 분이 입을 맞춘 듯 시기도 정확하게 맞춰 일종의 공포 마케팅을 하고 계시다"며 "진짜 배신은 정권을 잃는 것,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신자' 논란은 주말 사이 나·원·윤 후보가 한 후보를 겨냥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의 소원해진 관계를 부각하면서 불거졌다.

    원 후보는 지난달 28일자 조간 인터뷰'에서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며 한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차별화와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김영삼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다 대선에서 실패했고,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비슷한 과정이었다"고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했다.

    '배신의 정치'는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국회법 통과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겨냥했던 발언이다. 당시 당정 갈등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도 이어져 보수 진영 사이에서 '배신'의 논란은 분열과 탄핵의 전조로도 평가된다.

    원 후보가 한 후보를 '배신자 프레임'으로 비판한 것도 한 후보가 유승민 전 의원처럼 '대통령과의 대척점' 위치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려 한 의도로 풀이된다.

    나 후보도 '배신' 공세에 가세했다. 나 후보는 지난달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사심의 정치가 바로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 캠프의 김민수 대변인은 해병순직특검 수용 주장에 대해서도 "한 전 위원장이 스스로 자처한 배신 프레임"이라며 "극복하고 싶다면 (특검) 수용하겠다는 주장부터 명백하게 철회하라"고 했다.

    한 후보가 "배신하지 않을 대상은 국민뿐"이라며 반박하자 원 후보는 1일 페이스북에 "뒤집어 말하면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배신, 당에 대한 배신은 별거 아니라는 것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도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대통령과 한 후보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있는 상태로 보인다"며 "대통령실에서 나온 '절윤'이라는 표현은 어마어마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관계가 단절됐다, 끝났다는 것"이라고 한 후보를 겨냥했다.

    다만 배신의 정치 논란에 불을 붙인 나·원·윤 후보가 자칫 '역풍'을 맞을 조짐도 보인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세 후보의 모습이 당원들 사이에서 다시 회자되면서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우파 진영에서 대표적인 배신자 아이콘은 나경원·원희룡·윤상현"이라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당원은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께 '누님' 하면서 아양을 떨었지만 막상 위기에 처하니 언제 봤냐는 듯 안면몰수하고 매몰차게 배신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 후보의 경우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당선 직후 '박 전 대통령 퇴진 불가피' 입장을 전달하고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국민의당 정동영·조배숙·새누리당 정병국 당시 의원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 나 후보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공화당의 한 중진 의원으로부터 "어떻게 당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있느냐"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원 후보의 경우 같은 시기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 뜻은 대통령에 대해 국정을 챙길 자격이 있는 지에 대한 신뢰가 붕괴된 상태"라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