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출범한 정부 대응팀, 3월 이후 회의 전무당국, 기존 방법만 반복…경찰 단속‧처벌에만 의존전문가 "단속보단 예방에 초점…'예방교육' 힘써야"
  • ▲ 지난 3월 서울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청소년 도박 근절 릴레이 챌린지' 캠페인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3월 서울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청소년 도박 근절 릴레이 챌린지' 캠페인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청소년 도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범죄 확산의 주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이 꼽히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실시한 사이버도박 특별 단속에서 10대 청소년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지만 당국의 대응은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소년 도박 근절을 목표로 꾸려진 범 정부 대응팀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로 그나마 추진 중인 활동도 주로 가정통신문 배포나 학교 별 예방교육 지원 등 단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이 '집단성'을 띠는 만큼 단속이나 처벌보다는 정확한 실태 파악과 예방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2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법무부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 등 9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청소년 도박 범 정부 대응팀'은 지난 3월 3차 회의를 끝으로 두 달 넘게 소집되지 않고 있다. 

    대응팀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온라인 불법 도박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라"며 총력 대응을 지시한 후 꾸려졌다. 이후 관련 부처들은 ▲수사 단속 ▲치유 재활 ▲교육 홍보 및 조사 연구 등 3개 분과로 나뉘어 활동한 후 전체회의에서 세부 계획과 추진 성과 등을 공유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3일 1차 회의와 12월1일 2차 회의를 연 후 올해 들어선 단 두 차례밖에 회의를 열지 않았다. 4차 회의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교육부 등이 애플리케이션 '알림이(e)'를 통해 청소년 도박 범죄 관련 숏폼 영상을 배포하는 등 일부 활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대적 실태 파악에 나서기는커녕 사실상 기존 활동을 답습하는 수준에 머무르면서 경찰 단속과 처벌에만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 불법 도박 문제는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활용 시간이 높아졌는데 건전한 여가 활동 등 안전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단속과 처벌에 집중하고 있지만 능사가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보면 청소년 도박은 학부모들의 관심 환기나 학생들에 대한 교육 강화 등 예방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 근절의 핵심은 단속과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소년 도박을 학교 폭력과 같이 누구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범죄로 인식하고 대대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도박을 '놀이'처럼 여기는 수준에 도래한 만큼 도박이 얼마나 위험하고 심각한 범죄인지 알리는 것 만으로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을 주기적으로 하듯이 도박예방교육을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곽 교수는 "도박 중독을 겪고 있는 비슷한 또래들을 엮어 도박 치유 프로그램인 '단도박 모임'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어른들이 심각성을 다시 일꺠우고 심각성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