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선 경선서 尹에 "보수 궤멸 주범"이번엔 韓에 "文 사냥개"…'배신자' 주장도차기 당권·대권 포석…"尹·洪 이해관계 일치"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7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시스(사진=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7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시스(사진=대통령실 제공)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참패 후 열흘이 넘도록 지리멸렬하던 여권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보란 듯 '이합집산의 정치'를 선보이면서 실타래가 더 꼬이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후 내부 난타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하는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의 '대리 저격수'를 자임했다는 말이 나온다. 홍 시장이 총선 패배 책임의 화살을 용산이 아닌 한 전 위원장에게 겨누면서 당권을 넘어 일찌감치 '대권 도전'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22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총선 참패 책임론을 두고 한 전 위원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홍 시장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다. 특히 홍 시장과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이라는 '공적'(公敵)을 두고 의기투합했다는 말까지 나오자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총선 결과를 두고 국민의 시선을 '용산 책임론'에서 '한동훈 책임론'으로 돌리고, 차기 당권과 대권 경쟁 구도에서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것으로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이 의견일치를 이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피선거권 자격 금지 조항이 없어 홍 시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출마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정이 국정운영의 중심과 대의를 논의하면서 당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참패의 모든 책임을 한 전 위원장에게 뒤집어씌우는 모양새를 계속 만드는 것은 당을 더 어지럽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홍 시장과 윤 대통령이 만찬회동을 한 후 '배신자'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에 국민들이 불편해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후부터 연일 "깜도 안 되는 한동훈 ", "셀카 찍다 말아 먹은 정치 아이돌" "문재인 믿고 사냥개가 돼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짓밟던 애" 등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도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적폐청산' 수사를 거론하면서 "보수 우파를 궤멸시킨 주범"이라고 현재와 비슷한 논리로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윤 대통령에게는 '보수 궤멸'의 책임을 적용하지 않은 채 오롯이 한 전 위원장을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홍 시장은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게 되면 이 정권은 그야말로 대혼란을 초래하게 된다"면서 윤 대통령을 엄호했다.

    홍 시장은 지난 20일에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한 전 위원장이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검사'였고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며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홍 시장이 '한동훈 배신자론'을 제기하면서 군불을 지피는 것은 공교롭게도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만찬회동 후 나온 것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홍 시장이 윤 대통령 및 대통령실과의 교감 속에서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대리 난타전'에 참전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결국 상황을 지켜본 한 전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자리에서 물러난 지 9일 만인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심 없고 신중하기만 하다면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며 "누가 저에 대해 그렇게 해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홍 시장의 '배신자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잇따랐다. 또 '바로잡으려는 용기와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는 발언은 윤 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인 지난 21일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 오찬 초청을 '건강상 이유'로 거절하면서 '윤-한 갈등'이 재점화됐다는 우려도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대통령실이 건강상의 이유로 오찬 회동이 당분간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외부에 알린 것은 한 전 위원장에게 갈등의 원인 제공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최근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내각 기용설과 관련해 일종의 '여론 간보기'를 위해 대통령실이 의도적으로 이를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따르는데 이번에는 '한 전 위원장이 오찬을 거절했다'는 모양새를 흘리고 싶었던 건지 묻고 싶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유재일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결국 당권과 대권 싸움을 두고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윤·홍 동맹' 수준으로 보여지는데,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을 경쟁 구도에서 멀어지는 것에 이해관계가 있고, 용산은 홍 시장이 인사, 책임론, 향후 당권 진로 등 용산이 원하는 논리를 계속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