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대사 출국금지로 '정치공작' 논란 자초출범 이후 실적은 全無…힘 받는 공수처 폐지론"수사기관 아닌 정치집단인가" 비판 확산전문가들 "공수처, 없애는 게 국가의 책임"
  •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경남 양산 사저로 출발하는 KTX 열차를 탑승하기에 앞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영표 의원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데일리DB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경남 양산 사저로 출발하는 KTX 열차를 탑승하기에 앞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영표 의원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데일리DB
    문재인 정부 시절 출범해 줄곧 '무용론'이 끊이지 않으며 '사법괴물'이란 지적까지 받아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금지 사태로 '정치공작' 논란까지 자초하면서 조기 폐지론에 처했다.

    출범 당시 천명했던 설립 취지와는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부적절한 업무 처리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폐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19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달 초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에 대해 수차례 출국금지를 연장한 사실이 드러나 정치공작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수처는 이 대사가 국방부장관 시절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후 공수처는 이 대사를 소환조차 하지 않은 채 출국금지 조치한 뒤 한달에 한차례씩 2번이나 연장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대사가 정당한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거나 명백하게 도주 또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세차례나 출국금지를 연장한 것은 일반적인 수사 관행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사 출국을 두고 '도피설'을 주장하는 가운데 한 진보 성향 언론매체가 출국금지 사실을 보도해 이슈화하면서 '민주당-공수처-언론사'가 합심해 만들어낸 정치공작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이 대사가)소환에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도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엄연한 정치공작"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이 대사 임명 및 출국 허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이 대사에 대한)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고 공수처에도 출국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 권한이 없고 출국을 허락한 적도 없다"고 반박하며 논란을 키웠다.

    수사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할 공수처가 마치 정치집단처럼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제발로 뛰어든 모양새다. 대통령실도 공수처의 입장 발표에 대해 "공수처가 정치집단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공수처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는)정치적인 논쟁이나 이슈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경계해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모두가 예견된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공수처를 없애는 게 국가의 책임과 의무에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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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지는 '폐지론'…"정치집단 전락, 폐지 만이 해답"

    공수처 무용론은 지난 2021년 1월 출범 당시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다. 막대한 혈세를 들여 출범했지만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공수처는 지난 3년 간 직접 기소한 사건이 3건에 불과한데 이 중에서도 2건은 1심 또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사 대상자에 대한 신병 확보도 성공한 적이 없다. 법원에 모두 5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한번도 발부받지 못해 '5전 5패'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또 공수처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서울고검장)을 대상으로 한 황제조사 논란과 민간인 사찰 등으로 다양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공수처는 2021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피의자였던 이 연구위원을 소환하면서 공수처장 관용차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출입 기록이나 조서도 남기지 않으면서 '황제조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2021년 12월에는 공수처가 기자와 국회의원 등 수백 명의 통신 기록을 조회했다는 사찰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지난 1월20일 빈손 퇴장을 하면서 "어느 정도 기반은 마련해놓고 간다"는 '자화자찬'성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후 공수처는 새로운 수장을 찾지 못한 채 장기간 이른바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고 공수처를 둘러싼 '무용론'과 '폐지론'은 갈수록 거세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공수처는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존재 의미를 증명하지 못했다"며 "기존 수사기관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답습하면서 비판을 자초한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태생부터 기형적이었던 공수처는 지금이라도 폐지하는 게 맞다"며 "정치개입 논란까지 나오는 상황 속에 지속할 명분도, 실리도 모두 사라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