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조사받겠다는 이종섭 … 공수처는 움직임 없어'인력난' 공수처, 아직 국방부 압수물 분석도 못 마쳐
  • ▲ 이종섭 주호주 대사. ⓒ뉴데일리 DB
    ▲ 이종섭 주호주 대사. ⓒ뉴데일리 DB
    출국금지 논란을 빚은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일시 귀국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난감한 상황에서 처했다.

    이 대사는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공수처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실무자 수사도 마치지 못한 현 단계에서 공수처가 그를 부른다고 해도 의미있는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사에 대한 조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사의 귀국 소식이 알려진 지난 20일 공수처가 낸 "언론보도만 접한 상황이어서 특별히 말씀드릴 입장이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는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9시 35분쯤 싱가포르를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10일 호주 대사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난 이 대사는 "저와 관련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선 이미 수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협력과 관련 주요 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며 "체류하는 기간 동안 공수처와 일정 조율이 잘 돼서 조사를 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지난 19일에도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신속한 조사를 요구하는 '조사기일 지정 촉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대사 스스로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임에도 공수처측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공수처는 지난 7일 자진출석한 이 대사를 상대로 4시간 여에 걸친 기초조사를 벌였지만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며 수사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이 대사를 부르겠다는 입장만 고수해왔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사실은 이 대사를 조사할 여력이 안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이 대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지난 1월에야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 압수물 분석도 마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무자인 신범철 국방부 전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동혁 검찰단장, 박경훈 조사본부장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사를 부른다고 해도 이미 이뤄진 형식적인 기초조사를 반복하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또 이 대사 사건을 수사하는 공수처 수사4부는 검사가 4명으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감사 의혹도 함께 수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수처는 현재 처장과 차장이 공석으로 있는 상태다. 

    이 대사는 오는 25일부터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주관으로 열리는 '방산협력 공관장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방산 협력을 위해 일부 공관장들이 국내에서 회의를 연 전례가 없어 이번 회의 자체가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을 위해 급하게 소집된 회의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한 법조인은 "압수물을 분석하고 실무자를 조사한 뒤 '윗선'을 부르는 것이 순서인데 공수처는 아직 이 대사를 조사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다고 안 부를 수도 없기 때문에 현재 입장이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