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라"… 대부분 집행유예구치소서 조직 가입 권유한 조직원은 실형 선고받아
  • 2020년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배상윤 KH그룹 회장에게 돈을 갚으라며 난동을 부린 폭력조직 '수노아파'에 가입한 혐의로 기소된 MZ 세대 행동대원들에게 법원이 선처를 베풀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29일 폭력행위처벌법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기소된 수노아파 행동대원 24명의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들 가운데 단순 가입한 18명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명에게는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이들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수노아파 신규 조직원으로 가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폭력단체는 조직의 위세를 떨치기 위해 폭력범죄로 나아갈 위험이 크고 일반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불안감을 줘서 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해할 위험이 있어 엄히 다스려야 한다"고 전제한 재판부는 다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가입 후 조직원의 경조사나 출소식, 단합대회 참석 외 조직 차원의 불법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실형 선고보다는 상당기간 국가의 감독하에 교화할 기회를 부여"했다.

    재판부는 이어 "본인들은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벌을 받아야 하는지 내심 의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가입했다는 것 자체로도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대부분 선처를 한 것이니 가족을 실망시키지 않는 삶을 살라"고 당부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 한 명 한 명에게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나중에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라"는 등의 조언을 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재판부는 이들에게 구치소에서 조직에 가입하도록 권유한 혐의를 받는 조직원 3명에게는 징역 8개월~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나머지 조직원 1명은 가입 관련 시효(10년)가 지나 면소를 선고했다.

    수노아파는 1980년대 후반 전남 목포시에서 결성된 폭력조직이다. 이들이 처음 모인 '수노아'라는 술집의 이름을 딴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 서울로 활동무대를 옮겨 2000년대 전국 10대 조폭으로 세력을 키웠다.

    이들의 이름은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을 지배하는 KH그룹 측이 2020년 10월 수노아파를 고소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2020년 10월31일 수노아파 일당은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로비에 난입해 "KH 회장은 60억 원을 갚으라" "배상윤 회장 나와"라고 고함치며 직원과 투숙객을 위협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6월 이들을 구속 기소했으나 구속기한 만료를 앞두고 보석 허가를 받아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