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스트레스 모티브…한국 초연 10주년,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
  • ▲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공연 장면.ⓒ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공연 장면.ⓒ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레일 위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죽을 힘을 다해 어딘가를 향해 달리고, 때로는 종이상자로 쌓인 벽을 부수거나 레일 위로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는 것을 되풀이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두 명의 여성이 물결처럼 출렁이는 대형 천 위를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물이 담긴 대형 투명 비닐 안에서 4명의 퍼포머들이 자유롭게 뒹굴며 몸을 던진다. 예고 없이 등장한 배우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소리를 지르며 관객과 뒤엉켜 흥겨운 춤을 춘다.

    지난 17일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FUERZA BRUTA WAYRA in SEOUL, 이하 푸에르자 부르타). 관객은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쪽을 향해 자연스럽게 모여들고, 아슬아슬한 곡예에 환호성을 터트리기도 한다.

    배우 브루노 로페즈 아라곤은 "한국 관객들은 배우가 표현하는 여러 감정을 잘 이해해준다. 무대가 같아도 관객에 따라 새롭다. 하나가 되는 분위기 속에서 늘 무대 앞까지 오셔서 같이 춤추고 활기찬 에너지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 ▲ 세바스찬 구티에즈 무대감독(왼쪽부터), 배우 브루노 로페즈 아라곤과 멜리나 소아네.ⓒ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 세바스찬 구티에즈 무대감독(왼쪽부터), 배우 브루노 로페즈 아라곤과 멜리나 소아네.ⓒ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라는 뜻의 '푸에르자 부르타'는 도시의 빌딩 숲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모티브로 삼았다. '웨이라'는 잉카 제국의 원주민 언어로 '신의 바람'을 뜻한다. 슬픔·절망·승리·환희 등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다양한 감정을 언어가 아닌 강렬한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세바스찬 구티에즈 무대감독은 "아무 준비 없이 관람하면 된다. 그냥 자신만의 색깔, 자기가 원하는대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며 "요즘 현대사회에서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 그런 분들은 스트레스를 다 풀기 위해 보러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꼬레도르'(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남자)를 비롯해 커다란 수조에서 헤엄치며 두드리는 '마일라', 와이어를 탄 채로 공연장 전체를 스윙하면서 날아다니는 '보요', 특수 제작된 박스를 신나게 부수는 '무르가',  크레인에 매달려 공중을 도는 '더 크레인' 등의 장면으로 구성됐다.

    70분간 스탠딩으로 진행되는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벽과 천장까지 모든 공간이 무대가 된다. 각양각색의 화려한 조명들과 EDM 음악이 뒤섞인 어두운 실내는 클럽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관객은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한다.
  • ▲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공연 장면.ⓒ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공연 장면.ⓒ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이날 개막 공연 관람에 앞서 만난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컬처앤테크놀러지융합전공의 여대생은 "무대와 객석의 벽이 없고, 관객과 호흡할 수 있으며, 사진·동영상 촬영도 가능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준다. 공연의 새로운 형태를 경험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춤과 서커스로 꾸민 비언어극 '델라구아다'를 만든 디키 제임스 연출가와 음악 감독 게비 커펠의 후속작이다. 디키 제임스는 "언어로 이름 붙일 수 없는 날것의 생생한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다. 관객들이 축제에 참여하듯 서로 연결되는 경험을 만끽하는 공연을 꿈꿨다"고 밝혔다.

    2013년 국내 초연 이후 올해 10주년을 맞은 '푸에르자 부르타'는 몬스타엑스 셔누와 '스트릿 우먼 파이터 2' 우승팀 베베(BEBE)의 리더 바다가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2월 1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