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타사 감사업무 방해 혐의‥ MBC 사장 검찰에 넘겨A사 주식 무상 취득한 곽씨, 안 사장에게 명의신탁 부탁안 사장, CJ감사팀에 "A사 주식은 내 것" 허위 진술 의혹MBC대주주, 관련 의혹 알고도 '쉬쉬' 안 사장 임명 강행
  • ▲ 안형준 MBC 사장. ⓒ연합뉴스
    ▲ 안형준 MBC 사장. ⓒ연합뉴스
    안형준(56) MBC 사장이 허위진술로 타사의 감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안 사장을 지난 11일 기소 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앞서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지난 3월 "안형준 MBC 사장이 2016년 곽OO CJ ENM PD가 공짜 주식 수수 및 배임수재 혐의로 사내 감사를 받을 때 '해당 주식이 본인 소유'라고 답변, 거짓말로 CJ ENM의 감사 업무를 방해했다"며 안 사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과거 안 사장의 행위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 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경찰이 안 사장뿐만 아니라 이른바 '공짜 주식'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곽OO 씨도 함께 검찰에 넘겼다는 점이다.

    당초 MBC노조는 안 사장만 고발했으나, 사건을 들여다본 경찰이 곽씨를 '공범'으로 인지, 같은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형법 제314조(업무방해)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혹은 위력)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대 동문으로부터 A사 주식 무상 취득


    안 사장과 곽씨는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사회복지학과)를 나온 동문 사이. 곽씨가 안 사장의 5년 후배로 알려졌다.

    90년대 후반 모 지상파 방송국에 입사한 곽씨는 '퓨전사극'과 '액션멜로물' 연출로 큰 인기를 얻은 뒤 2011년 CJ E&M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3년 CJ ENM 산하 채널인 tvN에서 한 스포츠 드라마를 선보인 곽씨는 당시 드라마 제작진이 사용한 CG 기술 개발사로부터 수억원대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

    당시 CJ ENM에 CG 장비를 납품한 A사의 대표 김OO 씨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곽씨의 동문이었다.

    그런데 당시 곽씨가 '동문 선배'인 안 사장(당시 MBC 기자)에게 A사 주식을 차명으로 맡아 줄 것을 부탁했다.

    이를 안 사장이 승낙하면서 안 사장은 서류상 A사의 주식을 9.9% 보유한 주요 주주로 등재됐다.

    이후 곽씨와 사이가 틀어진 김씨는 2016년 이 같은 사실을 CJ에 투서했고, CJ는 이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당시 CJ 측으로부터 사실확인 요청을 받은 안 사장은 해당 주식은 명의 그대로 자신의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CJ 감사팀은 A사 주식 9.9%의 '실소유주'를 확인할 길이 없어 감사를 종결했다.

    CJ의 내부 감사가 무위에 그치자, 김씨는 2017년 12월 MBC 클린센터에 안 사장이 A사의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내용을 제보했다.

    그러나 당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MBC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전면적인 인사 개편이 단행돼 MBC 감사국이 안 사장을 상대로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이 흘러 지난 2월 안 사장이 36대 MBC 사장 후보로 떠오르자, 김씨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같은 내용을 투서했다.

    안형준 MBC 사장 "10년 전엔 불법 아니었다"

    김씨의 투서가 방문진에 접수된 사실이 '온라인 지라시'와 MBC노조(3노조) 성명 등을 통해 알려지자, 결국 당사자가 나섰다.

    곽씨는 안 사장은 자신의 부탁을 받고 명의만 빌려줬을 뿐, A사로부터 주식을 건네받은 실소유자는 자신이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방문진 이사회에 제출했다.

    이 사실확인서에서 곽씨는 "문제가 된 A사 주식은 제 소유"라며 "제가 10년 전인 2013년에 진정인(김씨)과 사업을 하면서 저의 개인사정 때문에 안 후보자를 설득해 명의만 안 후보자의 명의로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곽씨는 "저와 진정인 등은 같은 과 동문으로 친한 사이였는데, 저와 진정인이 같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악화됐다"며 "진정인은 MBC 외에 CJ ENM과 KBS에도 여러 차례 투서를 했다"고 밝혔다.

    곽씨는 "당시 저를 보호하기 위해 저의 부탁을 받은 안 후보자가 CJ ENM 측에 '주식은 본인의 소유'라고 답변한 적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A사가 2019년 문을 닫아, 안 후보자는 물론 본인도 아무런 경제적 이득을 보지 못 했다는 점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투서와 곽씨의 사실확인서를 모두 접수한 방문진은 아무런 조치 없이 지난 2월 21일 안 사장을 제36대 MBC 사장으로 내정하고 이틀 후 공식 선임했다.

    이후에도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자 안 사장은 지난 2월 27일 MBC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10년 전 타인에게 명의를 빌려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는 주식 명의대여 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이었고, 실제로 주식을 받은 적도 없다"며 위법성을 부인했다.  

    이 글에서 안 사장은 "2013년 후배의 부탁을 거절 못해 명의를 빌려줬지만 결코 주식을 받지 않았다"며 "단 1원의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 또한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명거래를 처벌하는 개정 금융실명법이 2014년 11월 발효된 사실을 거론한 안 사장은 "당시 불법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인정에 이끌려 명의를 빌려준 사실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진 "주식 무상 취득 아냐… 사장 결격사유 없다"

    지난 3월 김씨의 '진정서'를 토대로 안 사장의 '공짜 주식' 보유 의혹을 조사한 MBC 감사실은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이었음을 밝혔다.

    MBC 감사실은 "2013년 안형준 사장 명의로 주주 명부에 등재된 A사의 주식은 제보자 김OO 씨가 CJ ENM 곽OO 씨에게 무상 증여한 것을 안형준 사장 명의로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세 당사자가 모두 인정했다"고 밝혔다.

    MBC 감사실은 2016년 CJ ENM 소속 PD였던 곽씨가 '공짜 주식' 수수 혐의로 사내 감사를 받을 때 안 사장이 '해당 주식은 본인 소유'라고 허위증언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제보자가 2016년 CJ 감사팀에 곽씨의 부당행위 조사를 진정했고, 곽씨의 부탁으로 안형준 사장이 A사 주식이 본인 명의로 돼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5일 이 같은 MBC 특별감사 결과를 공개한 방문진은 안 사장의 명의로 등재된 A사 주식이 곽씨 소유라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안 사장이 이 주식을 무상 취득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를 사장 결격사유로 보기도 어렵다"고 해석했다.

    방문진은 "이미 알려진 사실 외에 새로운 사실은 없고, 안 사장의 기존 주장이 감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으며, 이러한 행위는 비판의 소지가 있어 유감스러우나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현재로선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없어 현재 MBC 사장의 지위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결격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자진사퇴나 경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이 있었다"며 전날 있었던 제7차 임시이사회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고교 후배' 부탁에 명의 대여… 배임수재 공범 의혹


    이와 관련, MBC노조는 "곽씨의 주장에 따르면 A사의 지분 9.9%를 주식대금을 내지 않고 획득한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인데,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연출한 드라마 제작사가 A사와 계약해 일감을 준 것은 자기가 대주주인 회사에 자기가 연출자로 일감을 준 꼴이니 '배임'의 소지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또한 안 사장이 이러한 배임 소지를 알면서도 곽씨를 위해 명의를 계속 빌려줬는지 의문"이라며 "나중에 제보자와 곽씨의 사이가 틀어지고 CJ ENM과 MBC에 투서까지 했다고 하니, 적어도 나중에는 안 사장도 알았을텐데 지금까지 지분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그래서 안 사장이 곽씨의 배임을 도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당시 곽씨가 왜 자신의 회사에 A사 지분 소유 사실을 밝히지 않고 안 사장에게 위증을 부탁했는지, 또 안 사장은 왜 자신이 A사 주식의 소유자라는 허위진술을 했는지 명확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MBC노조는 "김원태 MBC 감사가 방문진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MBC 감사국은 곽씨가 자신의 드라마에 납품한 회사로부터 주식을 받은 것은 명백한 업무상 배임수재죄고, 안 사장은 그 공범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처벌할 수는 없지만, 도덕적 비난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질타했다.

    MBC노조는 "특히 2016년 CJ ENM이 곽씨의 주식 수수에 대해 감사를 했고, 이때 안 사장이 해당 주식이 본인 것이라고 거짓말한 사실만으로도 업무방해죄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더구나 이 죄는 공소시효까지 남아 있어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태"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사상 최초로 MBC 사장이 형사범죄로 처벌받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 MBC노조는 "내정자 발표 전 이러한 투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사장 선임을 강행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야권 이사들은 이제 그만 MBC를 망가뜨리고 물러가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