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보증금 1억5000만원 조건… 공동 피고인 접촉 금지"서훈, 보석심문서 "부정맥 증세 느껴… 고령 헤아려달라"
  • ▲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12월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12월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은폐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 4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1억5000만원의 보석 보증금 납부와 주거지 제한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서 전 실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보석이란 일정 보증금 납부를 조건으로 구속 집행을 정지하고 수감 중인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서 전 실장의 보석을 허가하며 ▲주거지 제한 ▲1억5000만원 납부 ▲주거 변경 시 허가 ▲공판기일 출석 의무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 번복 설득 및 강요 금지 ▲공동 피고인과 관련자 연락·접촉·만남 금지 ▲출국 시 허가 등의 조건을 달았다.

    서 전 실장은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쯤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합참 관계자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보안을 유지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가 실종 상태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한 혐의도 있다.

    서 전 실장은 이 같은 혐의로 지난해 12월3일 구속 기소됐다. 서 전 실장 측은 지난 1월 보석심문에서 "압박적인 수사 과정에서 부정맥 자각증세를 느껴 진단을 받았다"며 "올해 나이가 70세이고 건강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헤아려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편, 서 전 실장은 혐의를 전면부인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의 변호인은 "이씨가 피격으로 사망한 사실을 은폐하지 않았고, 은폐할 수도 없었다"며 "이미 국정원과 국방부 등 수백 명이 알고 있었고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는데, 은폐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이 가당키나 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월북몰이 혐의 또한 적절한 방책을 고민했을 뿐, 조작할 생각은 없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