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측근 이모 씨, 30일 '불법 정치자금' 김용 재판 증인으로 출석 "남욱, 8억원 넘는 현금이 건너가 위험하니 '목숨줄'로 표현한 듯""이거 약입니다" 쇼팡백 전달 당시 발언 인정… "현금 들어 있었다"
  • 남욱 변호사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남욱 변호사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대장동 일당' 남욱 씨의 지시로 수억원을 정민용 씨에게 전달하고 액수와 시기를 메모로 남겨 뒀다는 남씨 측근의 증언이 나왔다.

    남씨의 측근이자 천화동인4호 이사인 이모 씨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돈을 전달하고 'Lee list(golf)' 메모를 남긴 경위를 증언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공판에서 이씨가 작성한 'Lee list(golf)' 메모를 주요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메모에는 '4/25 1' '5/31 5' '6 1' '8/2 14300' 등 날짜와 숫자가 기재돼 있다. 

    검찰은 이씨가 2021년 4월25일 1억원, 5월31일 5억원, 6월 1억원, 8월2일 1억4300만원을 정씨에게 전달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검찰이 메모와 관련해 묻자 이씨는 "남욱 대표가 미국으로 출국해 있던 2021년 9월 제게 연락해 '4월부터 8월까지 정민용에게 전달한 현금 날짜와 금액, 자금이 어떻게 조정됐는지 메모해 놓으라'고 해서 작성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다시 "남욱이 '내 목숨줄이니까 현금 액수와 날짜를 적어 놓으라'고 말했던 것이 맞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목숨줄'이라는 표현과 관련, 이씨는 "추측하건대 현금으로 8억원이 넘는 돈이 건너갔고, 그게 위험한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작성한 메모의 제목을 'Lee list(Golf)'라고 지은 경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남욱 대표가 자신의 목숨줄이라고 했고 현금 전달 성격이 있어 누가 봐도 현금 내역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다"며 "제 이름이 이XX이고, 네 명이서 골프를 친 것처럼 보이고자 Golf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전달한 금액과 관련해 "총 8억4700만원이 맞는데 해당 메모에는 8억4300만원으로 잘못 오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이씨는 "당시 남욱 대표가 전화해서 '금고에 있는 돈을 주라'고 지시했고, 그래서 '황제침향원'이 적힌 쇼핑백에 든 1억원을 정씨에게 건넸다"고 말을 이어갔다. 

    검찰이 "돈을 건네며 '이것은 약입니다'라고 농담했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이씨는 "맞다. 현금이 들어있는 쇼핑백이니까 이것은 현금이 아니라는 뉘앙스였다. 남욱 대표가 즐겨 먹는 약의 쇼핑백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는 김 전 부원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관련성을 두고는 "(이들을) 만난 적도 없고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해당 돈이 정씨를 통해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됐고, 유 전 본부장이 다시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