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민주주의 훼손 유감… 피해자는 2차 가해로 고통 받는데"여성계 "박원순 명예회복작업… 피해자에 사과하라" 강력비판
  • ▲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사진과 유골함이 2020년 7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운구차량에 놓여있다.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사진과 유골함이 2020년 7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운구차량에 놓여있다. ⓒ뉴데일리DB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묘가 민주화·노동운동가들이 안장된 '민주화의 성지' 모란공원으로 옮겨진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여성계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아직 2차 가해로 고통받고 있다" "박 전 시장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여성신문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묘는 오는 4월1일 오후 3시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으로 이장된다. 2020년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은 생가가 있는 경남 창녕에 묻혔다. 

    그러나 2021년 9월 한 20대 남성이 박 전 시장의 묘를 삽으로 파헤쳐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유족들은 이장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식에는 가족과 최측근 인사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란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공동묘지다. 민주화·노동운동가들이 다수 안장돼 있어 '민주화의 성지'로 불린다. 전태일 열사, 박종철 열사, 문익환 목사, 백기완 선생, 노회찬 전 의원 등 150명의 묘소가 있다.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민주주의 훼손 동의할 수 없다"

    박 전 시장의 묘 이장을 두고 정치권과 여성계에서는 반발이 쏟아졌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집행위 회의에서 "모란공원 민주열사 추모비에는 '만인을 위한 꿈을 하늘 아닌 땅에서 이루고자 한 청춘들 누웠나니'라는 문구가 있다"며 "이 '만인'이라는 단어는 차별 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 또한 품고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 대표는 "하지만 고 박원순 시장 묘소의 모란공원 이장은 아직도 2차 가해로 고통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만인'에서 예외로 하겠다는 의미"라며 "'어제의 민주주의'가 '오늘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묘역 이장은 유감"이라고 규탄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사과나 반성은 없이 지속적으로 가해에 대한 부정과 2차 가해만 이어져왔다"며 "민주열사 예우 공간인 모란공원으로 묘역을 이전하는 것도 박 전 시장의 명예회복을 위한 연장선으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역시 "박 전 시장이 민주화에 기여한 공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박 전 시장의 생전 노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란공원 이장 전에 유가족들이 소송을 중지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올랐던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8일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따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밝혔지만, 유족 측은 "인권위가 피해자의 주장만 듣고 범죄자로 낙인을 찍었다"며 여전히 인권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