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재인정부 방임으로 이대준 씨 사망… 유족 측에 2차 가해도 했다"서훈 측 변호인 "검찰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재판부에 부정적 영향"
  • ▲ (왼쪽부터)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사진=공동취재단
    ▲ (왼쪽부터)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사진=공동취재단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첫 공판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정부 안보라인 고위인사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함께 기소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비서실장도 모두 혐의를 부인한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원장과 서 전 실장 등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국가안보실은 고 이대준 씨가 북한에 의해 발견된 사실을 알고도 비밀 유지를 지시했고, 정부의 방임으로 이씨가 북한군에게 피격돼 사망했다”며 공소사실 요지를 밝혔다.

    또 "정부에 대한 비난을 은폐하기 위해 자진월북으로 조작해 피해자와 유족에 더 큰 피해를 안겼고, 이씨의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유족에게 사회주의를 신봉했는지 묻기도 했다"며 2차 가해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실질적 조사 없이 '자진월북'으로 하루 만에 결론을 내 졸속으로 발표한 점 ▲입수 시 착용, 소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구명조끼·부유물·신발 등을 월북 판단 근거로 제시한 점 ▲장비 없이 27km를 이동하고 낮은 수온 및 강한 조류 등 자진월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음을 꼬집기도 했다. 

    아울러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를 언급하며 "정부는 고 이대준 씨를 구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방임으로 이씨는 사망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장면으로, 정부의 무대응·미조치에 대한 강한 비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를 위해 피고인 측의 신속한 증거 인부 의견이 필요하다"며 재판부에 서증조사 실시와 매주 기일을 잡는 집중심문을 요청했다.
  • ▲ 24일 오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 씨의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24일 오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 씨의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피고인 5명, 전원 혐의 부인… "공모관계 절대 불가능해… 은폐할 수도 없는 상황"

    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먼저 검찰을 향해 "은폐라고 자꾸 언급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 달라. 공소장을 읽어보면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았다면 (피고인들이) 영원히 숨겼을 것'이라고 읽혀진다"며 "은폐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 전 실장 변호인은 이어 "해당 사건 공소장에는 범죄 구성 요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실이 장황하고 반복적으로 기재돼 재판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해 공소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공소장에는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된 내용만 넣어야 하며, 기타 서류나 증거는 첨부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원칙이다.

    서 전 실장 변호인은 또 "이미 수백 명(각 기관 관계자)이 인지한 상황에서 그 다음날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했는데 사실을 은폐할 마음을 먹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SI(Special Intelligence·특수정보) 삭제는 배포선 조정 일환이며, 첩보 원본은 현재도 존재하고 증거로도 제출된다. 복사본 100부 만들었다가 70부 정도 지운 상황인데 무엇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인지 납득이 어렵다"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서 전 장관 변호인도 "당시 NSC 회의에서는 북한군의 대화 내용 녹취 등이 암어로 구성된 SI 첩보 시트지가 배부됐는데, 관계자들이 SI 판단을 어려워해 다시 논의하자고 한 것이 회의 내용의 전부"라며 "피고인은 당시 장관 취임 3일차로, 어설프게 SI 첩보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씨의 실종과 관련한 정보를 은폐 시도했다가 나중에 유출될 경우 직접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라 은폐 시도할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 전 장관 변호인은 "검찰 주장과 달리 (피고인은) 무관부서에 첩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것을 막고자 제한된 근거 내에서 국방부장관으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며 "직권남용죄와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속칭 '월북몰이 보고서 작성'에 관한 검찰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 청장 변호인도 "당시 자료만 보면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며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는 반성하지만, 서 전 실장과는 상명하복 관계로서 공모 자체가 불가능한 위치"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박 전 원장, 노 전 비서실장 변호인도 "피고인들이 공모 위치에 있지 않다"며 "공모에 대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시점도 없다"고 공모 성립 가능성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