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견수렴도 없이 단독결정"… '소각장' 마포 주민들 "밀실 서울시" 비판

서울시가 신규 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을 마포구 상암동에 짓기로 한 것과 관련, 7일 열린 공청회에서 주민들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이후 소통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며 서울시의 '밀실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시는 "주민과의 소통창구를 형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7일 오전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광역자원회수시설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개최하고 소각장 신규 건립에 반대 혹은 조건부 찬성하는 등의 다양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고석영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추진반장, 임삼진 한국환경조사평가원장 등 9명의 전문가가 의견 진술자로 참석했다.

이날 공청회 자리는 예상과 달리 조용하고 황량했다. 지난해 두 차례 열린 주민설명회에는 약 300명의 주민이 모였는데, 이번에는 70~80명 정도만 참석해 좌석 곳곳이 텅 비었다. 만일의 갈등 상황에 대비해 배치한 경찰 6개 기동대만이 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 변두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참석 주민들 중에서도 손을 들어 의견을 피력한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서울시의 '밀실행정'을 강력비판했다. 마포구에 소각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고, 결과 발표 이후에도 주민설명회 등을 제외하면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암동 주민 심중식 씨는 "절차상 사전에 주민들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 없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마포구를 지정해 발표했다"며 "서울시는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전문가 임삼진 원장 역시 "선정 과정에 어떤 마포구민도 참여하지 않았다. 일부 사람들만 정보를 얻어 대응하도록 하는 밀실행정"이라며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도 사실상 공론의 기본조차 모르는 입지선정위원들에 의해 설계부터 잘못됐으며 시간만 날렸고 정당성 확보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상암동 주민은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현재 서울시와 주민들 사이에는 합리적 소통창구가 부족하다"며 "몇 사람이라도 모여 간담회 형식으로 의견을 수렴하다 보면 협의회든 위원회든 소통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 측은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어느 지역을 최종적으로 선정할지 몰라 의견을 수렴할 수 없었다며, 주민과 소통창구 부재는 점차 개선해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고석영 반장은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전 자치구를 대상으로 입지 후보 공고를 냈는데 한 곳도 응모하지 않았다"며 "매일 1000t의 쓰레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입지선정위원회를 결성해 지역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 반장은 "어느 지역이 선정될지 모르니 마포구 주민 의견 역시 수렴할 수 없었다"며, 소통창구 마련 지적에는 "서울시도 노력하고 있지만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크고 작은 고성이 오갔다.

한 주민은 "어떤 경위가 됐든 마포구에 추가 시설은 안 된다. 기존 시설도 과하다"며 "그래도 서울시가 행정적으로 밀고나간다면 향후 상호 피차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주민은 서울시 측이 답변하고 있는 와중에도 "한 곳에 몰지 말고 다른 곳을 빨리 선정해 달라"며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다른 주민들은 "답변 좀 들읍시다" "바쁜데 그만 좀 하라"는 등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