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부탁 거절 못해 명의 빌려줘… 깊이 후회""주식 명의대여 금지법 2014년 11월 시행됐다""실제로 주식 안 받아… 금전적 이득 전혀 없어"
  • ▲ 안형준(56) MBC 신임 사장. ⓒ연합뉴스
    ▲ 안형준(56) MBC 신임 사장. ⓒ연합뉴스
    이른바 '공짜 주식' 보유 논란에 휘말린 안형준(56) MBC 신임 사장이 10년 전 타인에게 명의를 빌려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는 주식 명의대여 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이었고, 실제로 주식을 받은 적도 없다"며 위법성을 부인했다.

    27일 MBC 사내 게시판에 올린 '사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에서 이 같이 밝힌 안 사장은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기다린 후에 설명 드릴까 고민했지만, 제기된 의혹에 대한 답변을 신속히 드리는 것이 회사와 사원 여러분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 글에서 안 사장은 "2013년 후배의 부탁을 거절 못해 명의를 빌려줬지만 결코 주식을 받지 않았다"며 "단 1원의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 또한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명거래를 처벌하는 개정 금융실명법이 2014년 11월 발효된 사실을 거론한 안 사장은 "당시 불법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인정에 이끌려 명의를 빌려준 사실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앞서 KBS PD 출신 곽OO 씨가 주장한 것처럼 "해당 회사는 오래 전 폐업 신고됐다"고 밝힌 뒤 "제게 부탁했던 후배는 사실확인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 사장은 "항간에 떠도는 글과 소문들은 실체가 없는 허위 사실"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각종 루머를 전면 부인했다.

    이는 지난 21일 안 사장이 MBC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직후 '안 내정자가 현재 감사실에서 금품수수설로 밤샘 조사를 받고 있다' 'MBC 주총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안형준 부장이 사장으로 내정되자 내부 불만과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모종의 갑질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SNS에 확산된 것을 가리킨 것.

    안 사장은 "저는 지금까지 직위나 직권을 사적으로 이용한 적이 없고, 음주운전 등 벌금조차 내본 적이 없다"며 "확인 절차 없이 거짓 소문을 근거로 성명까지 나오는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 법조항과 경찰의 범죄경력 회보서, 수사경력 회보서를 방송문화진흥회에 제시한 바 있다"고 강조한 안 사장은 "하루속히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본연의 임무인 사장으로서 문화방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흔들리지 마시고 맡은 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사원들에게 당부했다.

    '드라마 개혁' 약속한 사장이 '드라마 PD'에 주식 명의대여

    한편, 안 사장의 비위 의혹을 최초로 공개했던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지난 22일 안 사장과 고교 동문인 곽씨가 "안 내정자는 제 부탁으로 명의만 빌려줬을 뿐, A사로부터 주식을 건네받은 사람은 저 자신"이라는 사실확인서를 방송문화진흥회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결과적으로 더 큰 범죄를 실토한 셈이 됐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이 성명에서 MBC노조는 "곽씨가 메가폰을 잡은 드라마(빠스껫 볼)에 A사가 배경CG를 입히는 기술을 제공했다는 기사가 지금도 인터넷에 게재돼 있다"며 "그 납품의 대가로 PD가 주식을 받은 범죄를 안 사장이 명의 제공으로 숨겨 줬다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MBC노조는 "거액의 주식을 공짜로 받은 사람이 안 사장이라면, 해당 행위는 증여세 탈루 정도겠지만, 만약 곽씨의 억대 배임수재를 숨겨준 것이라면 안 사장은 중범죄의 공범이 된다"고 단정했다.

    2013년 당시 곽씨는 CJ ENM 소속 감독으로 일했는데, '빠스껫 볼'을 찍으면서 국내 드라마 최초로 프리비전 장비를 촬영에 도입했다. CG 외주 계약 당사자는 CJ ENM과 A사였지만 연출자인 곽씨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따라서 "곽씨가 '공짜 주식'을 받은 이유가 드라마에서 이 벤처기업의 기술을 사용하는 조건이었는지 다른 밀약이 있었는지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힌 MBC노조는 "정확한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곽씨가 해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또한 안 사장은 '이러한 배임 소지를 알고도 곽씨를 위해 명의를 계속 빌려주었는가'라는 의혹이 발생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나중에 제보자와 곽씨의 사이가 틀어지고 CJ ENM과 MBC에 투서까지 했다고 하니 적어도 나중에는 알았을 것이고, 지분 문제는 해결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안 했다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짚은 MBC노조는 "안 사장도 곽씨의 배임을 도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겨나고, 이 부분은 안 사장이 해명해야 할 내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