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딱 보니 백만" 발언2021년 5월 "약간 맛이 간 사람들" 발언2020년 '검언유착' '최경환 신라젠 65억 투자' 보도
  • ▲ 박성제 MBC 사장. ⓒ연합뉴스
    ▲ 박성제 MBC 사장. ⓒ연합뉴스
    박성제 현 MBC 사장이 이변이 없는 한 연임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최종후보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연임에 도전한 박 사장의 발목을 잡은 건 MBC 보도의 '공정성' 논란이었다. 지난 18일 156명의 시민평가단은 더불어민주당에 우호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MBC 보도의 공정성 문제를 후보들에게 집중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안형준 MBC 기획조정본부 메가MBC추진단 부장은 "다른 방송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유죄 기사가 톱이었지만 우리는 15번째였다"며 "특정 정치 세력에게 유리한 편집이었다는 오해를 살 만했다. 기사 가치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허태정 MBC 시사교양본부 콘텐츠협력센터 국장은 한 발 더 나아가 "MBC뉴스가 민주당 편향적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딱 보니 100만'이라는 발언을 두고 챗GPT에 물어봤더니 언론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특히 허 국장은 경영계획서를 통해 "MBC 보도책임자가 논란이 되는 사건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보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박성제 현 사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반면, 박 사장은 "어떤 정부든지 불만은 나온다"며 "중요한 건 진실이다. 진실 앞에 중립은 없다"고 이 같은 지적에 개의치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시민평가단은 MBC의 정치적 편향성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후보들의 손을 들어줬다.

    김어준 방송 나와 "딱 보니 100만" 발언

    이와 관련, 지난 18일 박 사장이 최종후보에서 탈락한 결과에 환영의 뜻을 밝힌 MBC노동조합(3노조)는 "이날 허태정 후보가 고발한 박성제 사장의 '보도지침' 사례들은 MBC노조가 지속적으로 고발하던 내용들"이라며 편향성 및 공정성 논란을 빚은 박 사장의 대표적 '보도지침'과 '편파보도'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MBC노조는 "2019년 9월 28일 MBC 뉴스데스크는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 모였다'고 보도했고, 다음날엔 '주최 측 추산 200만명이 모였다'고 보도했는데, 9월 3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당시 박성제 보도국장은 '딱 보니 백만'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보도지침을 내린 사실을 자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MBC 기적의 200만명' 10월 3일에도 기대한다>는 성명으로 박 국장의 발언을 비판했는데, 당시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 촛불집회를 보도한 뉴스데스크는 주요 뉴스에서 집회 참석인원을 '수십만명'이라고 소개했으나 김OO 앵커와 이OO 기자는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 모였다'고 반복했고 두 번째 리포트는 아예 제목을 '주최 측 추산 1백만명 모여'로 적었다"고 MBC노조는 떠올렸다.

    "다음날 MBC 뉴스데스크는 집회 참가 인원을 두 배로 늘려 '200만명'이 모였다고 보도했고, 10월 5일 뉴스데스크는 놀랍게도 '3백만명 예상'이라고 보도했다"고 짚은 MBC노조는 "이는 (박 국장의) 보도지침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라며 "당시 '3백만명 예상' 보도를 했던 기자는 지난해 도어스테핑에서 슬리퍼 차림으로 질문 공세를 퍼부었던 이OO 기자였다"고 꼬집었다.

    "광화문에서 '약간 맛이 간' 사람들" 발언


    두 번째로 MBC노조는 2021년 5월 14일 박 사장이 한국언론학회 봄철학술대회에서 '미디어 지형의 변화 속 공공성 가치의 재구성과 구현'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던 것을 문제삼았다.

    당시 박 사장은 "우리 사회의 정파적 이해 관계나 젠더에 따라 갈등이 있는데, 그걸 무비판적으로 똑같이 중계하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인가"라며 "예를 들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검찰개혁 집회와 광화문에서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 주장하는 종교적 집회를 1 대 1로 보도하면서 민심이 찢겨졌다고 보도하는 게 제대로 된 공영방송인가"라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2019년 8월 15일 당시 박 국장이 이끌던 MBC 뉴스는 남대문 일대를 가득 메운, 문재인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인파와 관련된 소식은 단 한 줄도 방영하지 않고, 촛불집회만 생중계했다"며 "이 외에도 2019년 9월과 10월 조국 수호 촛불집회 인파를 부풀려 보도하거나, 보수 및 진보 단체가 같은 시각에 시위한 것을 보도하면서 '좌파 손팻말은 1분 16초, 우파 손팻말은 8초' 보여주는 등 노골적인 편파보도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MBC 뉴스데스크는 촛불집회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관련된 보도는 끊임없이 중계를 하고 메인 뉴스에서 다룬 반면, 보수단체의 시위는 메인 뉴스에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보수단체의 주장이 어떤 것인지 시청자들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도록 했다"고 MBC노조는 분석했다.

    MBC 장OO 기자 "신라젠 보도, 회사의 판단이었다"

    MBC노조는 "2020년 3월 31일 자 '검언유착 보도'와 2020년 4월 1일 자 '최경환 신라젠 65억 투자 보도' 역시 박 사장의 보도지침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당시 MBC는 총선을 보름 앞둔 시점에서 이른바 검언유착 보도를 터뜨렸다"며 "마치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기자가 합심해 유시민 등 유력 야권 정치인의 뒤를 캤다는 내용의 검언유착 의혹을 집중보도해 큰 파장을 만들었고, 이는 즉각적으로 총선에 영향을 줬다"고 상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동재 기자에게 2021년 7월 무죄를 선고했고, 항소심에서도 2023년 1월 19일 강요미수 무죄를 선고했으며 이는 검찰의 상고 포기로 확정됐다"고 사건의 전말을 짚은 MBC노조는 "그토록 야단법석을 떨었던 단독보도가 사실상 허위보도로 판명났는 데도 MBC는 사과방송 한 번 하지 않았고, 박성제 경영진과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재발 방지 제도 마련과 관련자 문책을 주문한 일조차 없었다. 어떻게 이런 거버넌스가 공영방송에서 버젓이 행세하고 있을 수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이후 검언유착 보도를 이끌었던 장OO 기자가 최경환 전 총리가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했다는 오보가 나간 경위에 대해 '저는 저 보도에 반대했다. 최경환 건은 쓰지 말자고'라고 법정증언한 일이 발생했다"며 "당시 재판부가 이철 씨 측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최경환 의혹 보도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질문하자 장 기자는 '저의 판단이 아니라 회사의 판단이었다'고 답해 '보도지침'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2018년부터 2년간 보도국장을 했던 박 사장은 2020년 2월 사장에 취임하면서 3년 간 이러한 3가지 '보도지침'을 낸 의혹을 갖고 있다"며 "실제로 MBC 뉴스는 이러한 '보도지침' 내용을 철저히 지키면서 방송됐다"고 강조했다.

    "MBC 대주주 방문진, '박성제 보도지침' 사실상 방기"

    "현 민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은 2021년 8월에 취임했지만 박성제 사장의 보도지침 의혹을 사실상 방기했고, MBC노조의 끊임없는 성명과 문제 제기에 귀를 닫았다"고 비판한 MBC노조는 "결국 박 사장은 언론노조 출신 사장후보들의 탄핵과 시민평가단의 투표에 의해 연임이 좌절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비꼬았다.

    MBC노조는 "'보도지침'의 존재를 방기한 책임은 크다. 공영방송을 민주당의 나팔수로 만든 죄는 더욱 크다"며 "이제 방문진과 MBC는 사장 선임 절차를 모두 중단하고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BC를 '친민주당 방송'으로 만들어놓고 민주당이 공영방송법 개정안을 내는 것도 우습다"고 비판한 MBC노조는 "민주당은 머리 숙여 반성하고 자숙하기 바란다"며 "MBC의 개혁은 현 방문진 이사진 사퇴 혹은 해임에서 시작돼야 하고, 방문진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비된 이후 새롭게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