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일본계 페루인으로 위장 잠입… 돌담길 공원 벤치에서 암호 프로그램 전달②네팔 승려로 신분 세탁해 침투… 미리 2회 이상 제주도 들어가 사전 정찰③태국 이민국 수용소에 공작원 침투… 탈북민 루트에 암살조 투입했다 적발
  • 최근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중국·베트남·캄보디아 등 제3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난 뒤 북한에 포섭된 간첩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북한이 국내에 또 다른 방법으로 공작원을 보낸 사례가 드러나 이목이 집중된다. 

    해당 북한 공작원들은 치밀한 수법으로 미행을 따돌리거나 상상을 뛰어넘는 신분세탁 방식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안보·수사당국은 북한 공작원과 지령·보고문 등을 주고받은 혐의로 지난해 6월 민간 통일운동단체 소속 연구위원 A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일본계 페루인으로 위장한 뒤 국내에 잠입한 북한 공작원을 네 차례 만나 간첩 통신교육을 받고 암호 프로그램을 전달받은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2017년 4월 초 서울의 한 호텔 로비에서 접선한 것이 확인됐다. 사전에 약속된 접선 표시를 이용해 일절 아는 척하지 않고 일정 거리를 떨어져 걸으며 덕수궁 돌담길 인근에 있는 공원으로 이동한 것이 당국에 포착됐다. 

    이 같은 행동은 미행하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행동으로, 당국은 A씨가 공원 벤치에서 암호 통신교육을 받고 관련 프로그램을 전달받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후 A씨는 서울 을지로의 식당, 종로의 공유 오피스 등에서 암호 프로그램 사용법 교육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북한 공작원과 지령·보고문을 주고받을 때 자택이 아닌 국립중앙도서관, 마포 소재 공공도서관, 공유 오피스 등을 활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A씨의 수상한 행적을 예의주시해온 당국은 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장소에 카메라 등을 설치해 암호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밝혀냈다고 한다. 

    "북한은 A씨 사건을 통해 공작원과의 '회합·통신' 수법이 드러나자 이후에는 새로운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 덕수궁 돌담길. ⓒ뉴데일리DB
    ▲ 덕수궁 돌담길. ⓒ뉴데일리DB
    네팔서 승려로 신분세탁… 불교미술계에 잠입

    2019년 6월에는 승려로 신분을 세탁한 직파간첩이 안보·수사당국에 검거됐다. 공작원은 북한 정찰총국의 지령을 받고 네팔에서 스님으로 신분을 세탁해 국내로 잠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네팔 국적자의 제주도 입국을 불허한 2018년 8월 이전에 북한이 해당 공작원을 최소 두 차례 제주도로 보내 사전 정찰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승려 신분의 북한 공작원은 2018년 입국해 수도권 인근에 있는 모 사찰에 머물면서 불교미술계에 잠입하려 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당국은 네팔에서부터 해당 공작원의 행적을 추적했으며, 입국 후 일정기간 국내에서의 활동을 파악한 뒤 사찰에서 검거했다.

    태국서 이민국 수용소 거쳐 잠입하기도

    전직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북한은 태국에 있는 이민국 수용소에 공작원들을 잠입시켰다. 일반 탈북민들이 거치는 루트를 통해 암살조를 투입하려는 전략이었으나, 사전에 첩보를 입수한 국정원은 정보요원을 수용소에 잠입시켜 암살조와 관련한 정보를 사전에 수집했다.

    결국 2010년 4월 일반 탈북자들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암살조는 국정원의 심리전을 통해 신분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