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사건, 성남 제1공단 공원화 무효소송…대법원서 2심 판결 뒤집혀 李 유리한 결과 나와남욱 "김만배가 권순일 前 대법관에 부탁해 판결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 했다'고 말했다" 진술"권순일에 50억원 줘야 한다…판·검사들과 수도 없이 골프 치며 100만원씩 용돈도 줬다고 들어"김만배 "재판 거래 의도로 대법원 방문한 것 아냐"…권순일도 "사실무근" 혐의 부인
  •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김만배씨의 모습. ⓒ정상윤 기자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김만배씨의 모습. ⓒ정상윤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김만배씨가 '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성남 제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 두 건을 대법원에서 뒤집었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에서 이 대표에게 유리한 결과로 뒤집혔는데, 이 과정에서 김씨가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이다.  

    먼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이 대표가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 등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내용이다. 성남 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이 대표가 1공단을 공원화하겠다며 관련 인허가를 중단시키자, 당초 1공단 부지를 개발하려던 시행사가 2011년 제기한 행정소송이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사건 당시 2심 판결(벌금 300만원)이 확정됐다면 경기지사에서 물러나야 했다. 행정소송의 경우 2심대로 성남시 패소가 확정됐으면 1공단 공원화와 결합 방식으로 추진되던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었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에서 결론이 달라지며 이 대표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남욱 "김만배가 권순일에 부탁해 판결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 했다고 말했다"

    1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김 씨가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을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부탁해 대법원에게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사가 '김 씨가 어떤 부탁을 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남 변호사는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에서 권 전 대법관에게 부탁해 2심을 뒤집었다고 했다"며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 했고, 권순일에게 부탁해서 뒤집었다고 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이후 조사에서 "김씨가 2018년부터 권 전 대법관 이야기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는데, 2019년 이후부터 권 전 대법관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며 "판검사들하고 수도 없이 골프를 치며 100만원씩 용돈도 줬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는 또 대장동 사업 관련 김 씨의 가장 큰 '공로'는 "1공단 개발 사업 시행사가 공원화에 반대하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를 뒤집은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의 진술이 나온 2021년 10월은 권 전 대법관 등 법조인 실명이 거론된 일명 '50억 클럽' 의혹이 확산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수사팀은 2021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권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하고, 압수수색 등 없이 사실상 수사를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 ▲ 권순일 전 대법관.ⓒ연합뉴스
    ▲ 권순일 전 대법관.ⓒ연합뉴스
    김만배, 권순일 대법관실 8차례 방문… 둘 다 "사실무근" 혐의 부인

    권 전 대법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20년 7월 7(무죄) 대 5(유죄)로 파기 환송한 이 대표 선거법 사건에서 무죄 논리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김 씨는 2019년 7월~2020년 8월 '권순일 대법관실'이라고 출입 명부에 기록하고 대법원을 8차례 방문했는데, 여기에 이 대표 사건이 대법원에 회부되기 일주일 전(2020년 6월 9일), 회부 다음 날(6월 16일) 파기환송 선고 다음 날(7월 17일)도 포함됐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인 2020년 11월 김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업해 고문료로 총 1억 5000만원을 받다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퇴사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전혀 그런 의도(재판 거래)로 방문한 것이 아니다"며 부인했다고 한다. 김 씨는 "제가 법률 전문지 A사를 인수하고 싶었는데, 권 전 대법관이 B 대한변협회장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 A사 인수 과정을 도와 달라고 했다"며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에 출근하지 않았고, 대장동 현장에는 3~4차례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도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성남 1공단 부지는 대장동에서 약 10km 떨어져 있었다. 해당 부지에는 당초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취임하며 해당 인허가를 중단시켰다. 시행사는 2011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상대로 '도시개발사업 시행자 지정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2심 재판부는 '성남시의 재량권 남용'이라는 취지로 시행사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016년 2월 대법원 1부는 항소심 판결을 뒤집으며 '성남시장 승소' 최종 판결을 직접 내리는 '파기자판'을 선고했다.

    '성남시 행위가 적법하지는 않지만, 재판 중 와해된 시행사가 이제 와서 사업을 다시 수행할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남 변호사는 이 판결에 대해 "김만배가 자기가 한 것이라고 말해줬다"며 "대법관 누군가에게 부탁했다고 하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재편된 대장동 수사팀은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으나 '김만배 대법원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언론과 법조계 로비 등 각종 의혹 전반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본류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