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대법원 선고 12일 진행돼1심 "협박 유죄, 살인 무죄" 징역 1년6개월→2심 "살인 유죄", 징역 12년대법 "피고인 제보 진술 사실과 달라… 증거도 충분치 않아"
  • ▲ 경찰이 지난 2021년 검정색 상하의를 입은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피의자 A씨를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압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이 지난 2021년 검정색 상하의를 입은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피의자 A씨를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압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24년 전 발생한 '제주도 변호사 살인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남성에게 살인죄로 유죄를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직폭력배 출신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이승용 변호사는 1999년 11월5일 제주시 북초등학교 인근 거리에 세워진 자신의 차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채 발견됐는데, 사건 당시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20여년 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다.

    이후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여긴 A씨가 2019년 10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출연해 "피해자에 대한 상해를 사주 받고 친구인 B씨와 공모해 범죄를 저질렀는데, 일이 잘못돼 이 변호사가 사망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A씨는 1985년부터 제주도의 한 폭력단체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사건 당시인 1999년에는 행동대장급으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가 공범으로 지목한 B씨는 2014년 8월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방송에서 털어놓은 범행 도구나 현장 상황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수사당국은 당시 수사를 재개해 A씨를 이 변호사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은 A씨가 방송에서 밝힌 제보 진술 신빙성과 살인의 고의 및 공동정범 인정 여부가 쟁점이었다. 공모 공동정범은 복수의 공범들이 분업해 공동으로 범죄를 실현하는 경우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공동정범 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으로, 대법 판례에 해당한다.

    대법, 2심 12년 선고 깨고 무죄 취지 파기환송… 다시 미궁 속으로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해 A씨를 상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A씨가 방송에 제보한 진술은 신뢰할 수 있다"면서도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 혐의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취재진을 협박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에선 A씨를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범행 현장 상황을 비롯해 이 변호사가 입은 상처 부의와 내용 등을 종합하면 A씨의 살인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뒤집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제보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피고인 본인 진술'이라는 간접증거만 있는 상태에서 진술의 주요 부분과 맞지 않는 객관적 사정이 드러났다면, 섣불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A씨가 흉기 제조 방법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을 두고도 "피해자의 부검 결과 및 그에 따라 추정되는 흉기의 크기, 형태에 대하여 자세히 보도됐으므로 이를 통해 추측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