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족 측 ""중국어선 선명, 선종, 구명조끼에 적힌 한자 등에 대한 조사 요청"15일 국방부, 유족 측에 "중국어선 선명, 구명조끼 등 정보 없어" 회신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정보 수집 기관은 국방부·국정원 2곳
  • ▲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씨(오른쪽)가 지난 달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종합민원실에 중국어선 조사요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김기윤 변호사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선우 기자
    ▲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씨(오른쪽)가 지난 달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종합민원실에 중국어선 조사요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김기윤 변호사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선우 기자
    국방부가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유족에게 "중국어선, 한자(漢字)가 적힌 구명조끼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감사원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내용으로, 향후 감사원·국방부·국정원 등 관계기관들의 진실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5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 측이 국방부에 요구한 '중국어선 등 조사 요청'에 따른 회신을 했다. 

    이씨 측은 지난달 26일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어선의 선명·선종·톤수·선적항과 구명조끼에 적힌 한자의 내용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당시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감사원 자료를 검토해보면 고인은 무궁화10호에서 바다로 추락한 뒤 중국어선에 구조된 것으로 보이고, 이후 중국어선에서 다시 바다로 내보낸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이에 유족 측은 해당 어선을 특정할 수 있다면 당시 상황에 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국방부에 관련 내용의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국방부는 20여 일 만에 회신을 보내 "고 이대준 씨가 중국어선에 탑승한 사실이 있는지, 탑승했다면 그 중국어선의 선명과 선종·톤수· 선적항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고 이대준 씨가 착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명조끼에 대해서도 그 종류나 원산지, 표기 문구의 내용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다만 "고 이대준 씨가 입었던 구명조끼에 한자가 씌어진 정황은 사실"이라며 "간체자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부연했다.

    군 당국의 이 같은 회신에 따라 화살은 국정원으로 향하게 됐다.
  • ▲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 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 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감사원 조사서 나온 '간자체 구명조끼' 정보 출처는 국정원?

    감사원은 지난달 13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방부가 구명조끼에 한자가 쓰여 있음을 알고도 추가 분석 없이 '남한' 구명조끼로 단정지어 분석했으며, 월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분석 결과를 최종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류가 북에서 남으로 흘러 월북 가능성은 낮다"는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은 이후였다.

    또한 해경 관계자가 청장에게 '구명조끼에 한자가 기재됐다는 국방부 등 자료'를 보고했다고 감사원은 파악했다.

    고 이대준 씨가 탄 무궁화10호와 민간 어선에서는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사용하지 않으며, 국내 인터넷 상거래 등을 통해서도 한자가 쓰인 구명조끼는 유통·판매되지 않는다는 것이 해경이 확인한 사실이다.

    '한자 구명조끼', 국내에서는 유통되지 않는데…

    고 이대준 씨가 실종될 당시 인근 해상에는 중국어선 1척만 있었던 것으로 우리 군은 파악했다. 감사원 감사를 종합하면, 무궁화10호에 타고 있던 고 이대준 씨가 바다에서 표류하다 중국어선에 탑승해 간자체의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은 뒤 다시 바다로 보내져 북한군에 발견됐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김기윤 변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고 이대준 씨 사건 당시 정보 수집을 한 기관은 국정원과 국방부 등 2개 기관인데, 관련 자료를 두 기관 모두 삭제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며 "감사원이 조사한 자료가 국방부에 없다면 국정원에서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 내용을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는지가 쟁점인데, 이와 관련된 사실 여부를 검찰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첩보 관련 보고서 46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로 지난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 당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청와대·안보실에서 자료를 삭제하라는 어떤 지시를 받은 적도, 국정원 직원들에게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 자리에는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