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경찰이 더 배치됐다고 사고 막았을까 의문"… 적막한 이태원, 상당수 가게들 영업 중단"
  • ▲ 31일 오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에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31일 오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에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 정상윤 기자
    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31일 서울광장과 이태원 녹사평역광장에 각각 마련됐다. 분향소에는 꽃다운 나이에 갑작스레 세상과 작별하게 된 이름 모를 청춘들을 기리기 위해 시민들의 무거운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광장 찾은 조문객들… "부디 하늘에서는 행복하길"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광장에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운영돼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30분 먼저 도착해 가장 먼저 헌화한 뒤 돌아갔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눈시울을 붉히며 헌화하는 20대 청년, 아들·딸 같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던 50대 여성 등이 헌화했다. 이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망자들을 위로하고, 명복을 빌기 위해 이곳 분향소로 향했다.

    방명록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이라거나 '하늘에선 아프지 말고 편안하고 행복하길'이라고 적었다.

    서울 도봉구에서 온 양영수 (44·여)씨는 "돌아가신 분들이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인원이 몰리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광장처럼 넓은 곳에 와서 즐기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주시에서 올라온 정원우(26) 씨는 "새벽 6시에 일어나 기차 타고 왔다. 광주에서도 사망자가 3명인가 나온 것으로 아는데, 그 중 한 분이 같은 동네 사는 분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소중한 생명이 꺼지면 사람으로서 당연히 슬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0대 A씨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주체로서 당연히 이 같은 사회적 재난을 책임져야 한다"며 "다시는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경찰이 통제했어야' '길 가는 것을 경찰 허락 받나' 이견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참사 당일 경찰병력 배치와 관련해 이견을 보였다. 인원을 더 투입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핼러윈 축제는 공권력이 통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었다.

    앞서 경찰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와 관련, 경찰관 137명을 현장에 배치해 치안활동을 벌였다. 이는 2021년 85명, 2020년 38명, 2019년 39명, 2018년 37명 2017년 90명보다 많은 수치다.

    서울광장에서 만난 김민영(20·서울 강서구) 씨는 "경찰이 군중 통제를 위해 나간 것이 아니고, 범죄 관련해서 나갔다고 들었다"며 "안전대책이 더 시급하게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곽영준(30·경기도) 씨는 "사고 전날 이태원에 갔었고, 사고 당일 친구의 애인이 안타깝게 변을 당해 오늘 분향소를 찾았다"며 "경찰이 더 배치가 됐었다고 해도 1년에 한 번뿐인 날이고 다수가 술을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효과가 크게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온 권모(29·여) 씨는 "핼러윈 축제가 국가나 단체의 행사도 아니고 그냥 누구나 자연스럽게 코스프레 하고 밖에 나가서 뽐내는 날이 아닌가"라며 "앞으로는 길을 가는 것조차 경찰에 통제받고 허락받는 사회가 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 ▲ 31일 이태원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핼러윈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 강민석 기자
    ▲ 31일 이태원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핼러윈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 강민석 기자
    흐느끼는 이태원 녹사평역 광장, 헌화하며 눈물 훔치기도

    비슷한 시각 이태원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이태원 사고 사망자들을 기리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몇몇 시민들은 헌화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대학교 과잠을 입고 분향소를 찾은 이모(23·여) 씨는 "젊은 세대들의 과한 유흥문화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추모했으면 좋겠고, 이번 일을 계기 삼아 이런 사고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모(30·여) 씨는 "10년 전 스무살 때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겼었는데, 당시에도 좁은 골목길에 사람이 많이 찾아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며 "10년이 지난 오늘날 이런 대참사가 발생해 유감"이라고 한탄했다.

    이태원 사고 지점 인근 적막감 가득… 장사하는 곳 찾아보기 어려워

    사고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이태원은 적막감만 감돌았다. 정오가 다가오면서 북적였어야 할 이곳에는 무거운 공기만 가득했다. 상당수의 가게가 영업을 중단하고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글과 국화를 문 앞에 놓았다.

    사고 지점 인근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진모(33·여) 씨는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가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고 한다"며 "지금은 사람 얼굴만 봐도 눈물을 흘리고 있어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 바로 맞은편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사고 현장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며칠간 휴업해야 할 것 같다"며 서둘러 가게 문을 닫았다.
  • ▲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 한 상점 출입구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사고로 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11월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 서영준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 한 상점 출입구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사고로 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11월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 서영준 기자
    SNS 등에서도 애도 물결

    SNS와 인터넷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포털 메인에 추모 리본 달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 5시 기준 51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카카오 역시 다음 포털 메인에 추모 게시판을 운영, 추모 댓글을 적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3만9000여 건이 게시됐다.

    인스타그램에서는 #prayforiteawon이라는 추모 태그를 통해 사망자들을 위로하는 게시글들이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