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차례 압수수색 '이례적'… '靑 수사' 본격 궤도靑 연루 의혹 받는 '월성 원전' '강제북송' 사건 수사文 정부 '청와대 윗선'이 타깃… 검찰, 혐의입증 주력
  • 검찰이 지난 19일 각기 다른 두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오전에는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오후에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나섰다.

    두 사건 모두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전 정권의 '윗선'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관할 지방법원이 발부하는 여타 압수수색 영장과는 달리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영장은 고등법원에서 다루기 때문에 혐의 입증 등 발부 요건이 더 까다롭다는 게 정설. 따라서 대통령기록물이 두 사건 수사의 '중요 증거'라는 점이 상당 부분 소명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지 하루 만에 이 같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에 대한 이 후보자의 의지와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靑 '윗선', 산업부에 원전 조기 폐쇄 지시했나?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영남)는 19일 오전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여부와, 청와대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위법하게 폐쇄 결정을 내렸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당시 원전 조기 폐쇄 문제를 놓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청와대가 산업부와 주고받은 문서 등을 확보한 검찰은 사건과 관계된 대통령기록물의 양이 방대해 다음 주에도 압수수색을 진행할 전망이다.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경제성 조작 사건'은 2018년 산업부가 한국수력원자력에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지시해 1481억원대 손해를 끼친 사건을 가리킨다.

    2년 전부터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지난해 6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백 전 장관 등의 지시를 받고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배임·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8년 4월 문미옥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청와대 내부 보고 시스템에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돼 정비를 연장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채희봉 전 비서관이 산업부로부터 받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 방안 및 향후 계획 보고서'를 청와대 내부 결재 시스템에 올렸고, 이 보고가 당시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 장하성 정책실장, 임종석 비서실장 등을 거쳐 문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대전지검은 백운규 전 장관을 배임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려 했으나 수사심의위의 반대 의견을 내세운 김오수 전 검찰총장에 의해 무산됐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산업부 공무원 3명의 구속영장 청구 결재를 올리기 직전,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직무 정지 명령을 내려 수사가 난항을 겪기도 했다.

    나포 전부터 '강제북송' 결정…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19일 오후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으로 검사와 수사관 등을 내려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정원·국방부·통일부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최종적으로 탈북 어민들의 북송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날 검찰은 대통령기록물 가운데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의사결정 과정이 담긴 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당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탈출한 어민 2명의 '귀순 의사'를 무시하고 불법으로 북송했다는 의혹을 가리킨다.

    당시 탈북 어민 2명에 대한 합동조사가 불과 사흘 만에 종료된 것과 관련, '북송 방침'이 미리 결정돼 있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과정에 청와대의 불법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우리 해군이 탈북 어민의 배를 나포하기 전날인 2019년 11월 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정원에 '대통령이 순방 가기 전에 조사·보고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청와대는 탈북 어민이 탄 배가 해군에 쫓기고 있을 때 '과거 중대 범죄를 저지른 탈북자를 추방한 사례가 있느냐'는 문의를 국정원에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나포 이틀 후인 2019년 11월 4일,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북송 방침'이 결정됐고, 북송 당일인 11월 7일 청와대가 법무부에 북송과 관련한 법리 검토를 요청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단까지 받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지난달 12일 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전 국가안보실 1차장, 김현종 2차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불법체포감금, 범인도피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서훈 전 국정원장은 탈북 어민의 신병 처리를 위해 진행하는 합동조사를 3~4일 만에 조기 종료시킨 혐의로 국정원에 의해 고발됐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이 합동조사 관련 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하면서 애당초 있었던 '강제 수사 필요' '귀순' 등의 표현을 빼고 '대공 혐의점 없음'이라는 내용을 추가했다는 의혹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