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펠로시 美 하원의장 만남 불발에… 정치권서 비판유승민 "중국 눈치 보느라 美의회 대표 '패싱'한 것이 국익?"디플로맷 등 주요 외신도 尹 '펠로시 패싱' 부정적 평가대통령실 "펠로시, 윤 대통령과 통화에 만족스럽다는 반응"
  • ▲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일정 등을 이유로 방한 중인 미국 의전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과 회동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결국 중국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양국 간에 양해가 이루어진 것이라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5일 브리핑을 통해 '펠로시 의장이 윤 대통령과 만남이 불발된 데 대해 서운함을 표했다는 보도도 있었고, 정치권에서 중국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는 지적에 "어제(4일) 소상히 설명드렸기 때문에 또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굳이 부연하자면 당사자인 펠로시 의장이 방한 결과와 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결과에 대해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떠났다고 들어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름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동아시아 권역을 순방 중인 펠로시 의장을 만나는 대신 약 40분에 걸친 전화 통화를 갖고 글로벌 포괄적전략동맹 강화를 비롯, 외교·국방·기술협력 등 이슈를 논의했다.

    다만 펠로시 의장이 아시아 순방에서 싱가포르·말레이시아·대만·일본 등 방문국의 정상과 연이어 만남을 가진 것과 비교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인 지난 3일 연극 관람에 이어 출연진과 식사를 하는 등 뒤풀이를 했다는 대통령실의 공지가 전해지면서 정작 펠로시 의장은 만나지 않았다는 데 따른 비판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에서는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이 국익을 고려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4일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안 만나는 것이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전화도 받았지만,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같은 날 브리핑에서 "회담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상대방도 알고 동아시아 순방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휴가 일정상 펠로시 의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충분히 이해한다'는 견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통화에서 '대만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점과 관련해서도 "2주 전에 양해가 이루어졌고, 그 이후에 대만 방문을 포함해 여러 가지 구체적인 미국·중국 간의 현안이 이후에 발생하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양국은 우리 정상의 면담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기조가 유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두 사람의 만남이 불발된 데에는 중국과 관계 설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석열정부 초기 '반중 메시지'가 뚜렷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통해 펠로시 의장의 공식 면담 요청에도 대통령실이 휴가 일정 등을 이유로 거절하자 서운한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미국 의회의 대표를 '패싱'한 것이 어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라며 "펠로시 의장을 만난 외국의 정상들은 자신들의 국익을 해치려고 만났다는 말인가"라고 직격했다.

    "최상의 한미동맹으로 국가안보를 사수하는 것이 모든 일의 근본"이라고 전제한 유 전 의원은 "미국에 사대(事大)하자는 게 아니라, 미국의 힘을 이용해서 우리의 국익을 지키자는 것"이라며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 전략이 과연 통하겠나. 이슈에 따라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기회주의는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중국 관영매체가 윤 대통령의 펠로시 패싱을 두고 '예의 바른 결정'이라고 칭찬했다"며 "중국에게 예의 바른 결정이 어떻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외신들도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직접 면담하지 않은 것을 두고 부정적 평가를 이어갔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윤 대통령이 휴가 일정 등을 이유로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비난여론이 일었다는 점을 보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두 사람의 만남이 불발된 것이 미국과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4일자 사설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