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백현동 의혹 감사 결과, 뉴스데스크만 외면""언론사가 '보도 안 한 이유' 묻자, 그제서야 '뒷북' 보도"
  • ▲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감사원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수사 의뢰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감사원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수사 의뢰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기간 더불어민주당, 특히 이재명 민주당 의원에 우호적인 경향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은 MBC 뉴스데스크가 여전히 이 의원을 비호하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은 지난 25일 '박성호 국장은 이재명 의원 비호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다음달 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는 이재명 의원은 △성남FC 후원금 △대장동 개발 특혜 △변호사비 대납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며 "이 문제들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부각되면서 당 안팎에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 의원 의혹을 다루는 일련의 MBC 보도는 정말 이상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MBC노조는 "지난 22일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일 때 추진된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성남시가 민간개발사에 이익을 몰아줬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KBS와 SBS를 포함해 거의 모든 언론이 주요 뉴스로 다뤘는데 MBC 뉴스데크스만 예외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SBS 8뉴스는 13번째 리포트("3천억 넘는 개발이익 독식 책임")로 감사원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고, KBS 뉴스9는 7번째 리포트("민간에 과다 이익" … "박 정부 요구")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으나,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MBC만 메인뉴스에서 해당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MBC노조는 "미디어오늘도 이상했는지 MBC를 상대로 관련 뉴스를 방송하지 않은 배경을 취재했다"며 미디어오늘 취재진이 박성호 MBC 보도국장과 나눈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박 국장은 "리포트로 다루기엔 뭔가 부적절한 게 아닌가 판단했다"며 "감사원 발표에는 이재명 실명이 거론되거나 이재명에 대해 명확히 지적한 게 없었고, 주로 공무원들 위주로 지적한 것이어서 애매하지 않느냐고 봤다"고 해명했다.

    박 국장은 "그래서 더 취재해보고 다음 날이든 언제든 깊이 있게 다루기로 하고 이날 리포트는 보류했다"며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MBC노조는 "미디어오늘의 지적 이후 MBC 뉴스데크스는 곧바로 이 내용을 보도했으나, 추가 취재는 하나도 없었다"며 "똑같은 내용을 하루 늦게(23일) 보도해 MBC 뉴스 자체를 우습게 만들었다. 대충 뭉개고 넘기려다가 미디어오늘마저 문제 삼으니까 화들짝 놀라 이렇게 부랴부랴 대응한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MBC노조는 뒤늦게 관련 소식을 전한 리포트의 제목과 내용도 문제였다며 "우선 <'백현동'에 다시 '유동규'>라는 제목에서도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해당 리포트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시절 유동규 씨가 공사 측에 백현동 사업에 손을 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인데, 이날 새벽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한 내용이었다"고 짚은 MBC노조는 "MBC는 이 내용을 앞세워 백현동 개발의 최종 책임자인 이재명 의원을 뒤로 감췄다"며 "가장 중요한 내용은 숨기고 하수인인 유동규를 앞세운 의도가 무엇이겠는가?"라고 꼬집었다.

    MBC노조는 "이 보도에서 MBC는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감사원은 이재명 의원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문장을 굳이 포함시켰다"며 "정작 당사자인 이 의원은 감사원 발표가 나오자마자 '백현동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며 강력 반발했는데, MBC만 나서서 이 의원 책임이 아니라는 듯이 보도한 것은 무엇 때문이냐"고 캐물었다.

    MBC노조는 "박성호 국장의 편파적 게이트키핑은 이뿐만이 아니"라면서 "지난 8일 검찰이 이 의원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사무실과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모 기업을 압수수색 했는데, 이 사안 역시 KBS와 SBS는 보도했지만 MBC는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왜 이재명 의원 수사 관련 보도는 계속 외면하느냐"며 "마치 '정치보복'이라는 이 의원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하다"고 비꼰 MBC노조는 "이젠 어떤 정치적 이슈에 대해 그날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할지 안 할지 쉽게 예측이 가능할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이밖에 민주당이 '특혜 시비'로 논란이 커진 '민주유공자법'을 발의했다는 소식도 MBC 뉴스데스크만 누락시켰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박성호 국장 등 보도책임자들의 편집권은 존중하지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편향적인 편집권까지 존중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