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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상화위 출석·진술 강요는 불법"… 대법 "MBC, 위자료 1000만원 배상 책임"

허무호 전 MBC노조위원장, MBC 상대 손배소 '승소'대법원 "징계 암시… 출석·진술 강요는 불법" 원심 확정

입력 2022-06-21 11:58 수정 2022-06-21 18:05

▲ 본지가 입수한 허무호 전 MBC노조위원장의 손해배상청구사건 확정 판결문. ⓒ뉴데일리

사내 '적폐청산'을 목적으로 세워진 MBC정상화위원회가 직원들을 강제로 소환해 진술을 강요한 행위가 헌법상 '자기방어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본지 취재 결과 대법원 제2부(재판장 이동원 대법관, 주심 조재연·민유숙·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6일 허무호 전 MBC노동조합위원장이 M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MBC는 원고에게 1000만원의 위자료와 법정이자를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과 원심 판결 및 상고 이유를 모두 살펴봤으나, 상고인(MBC)의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 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같은 법 제5조에 의해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적폐청산' 명목… 2018년 7월부터 총 5차례 출석 요구


2019년 12월 명예퇴직한 허 전 위원장은 재직 당시인 2018년 7월경, "MBC정상화위원회로부터 출석과 진술 등을 강요받아 진술거부권과 자기방어권을 침해당했다"며 3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 1심에서는 허 전 위원장이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는 허 전 위원장에게 비위사실 자백을 강요한 MBC정상화위원회의 행위가 '불법행위'로 인정돼 허 전 위원장이 일부 승소했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 판결문(2022년 1월 26일자)에 따르면 MBC정상화위원회는 허 전 위원장이 2015년 3월경부터 2017년 3월경까지 보도국 사회2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흠집 내는 기사를 보도하고 ▲그 과정에서 취재기자에게 객관성 없는 특정인을 인터뷰하도록 강요한 사실이 있는지 ▲편향적 집회 시위를 보도하는 것을 주도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2018년 7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허 전 위원장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정상화위, 허 전 위원장 불러 "답변 안 하면 중징계" 압박

당시 MBC정상화위원회의 조사위원 3명은 편향적인 집회 시위(엄마부대 집회 시위) 보도와 관련해 김장겸 본부장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반복적으로 질문한 뒤 허 전 위원장이 "본인의 판단으로 알아서 보도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음에도, 이 답변을 '허위'로 단정 짓고 김 본부장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답변하지 않을 경우 허 전 위원장이 상부를 대신해 혼자서 책임지게 될 수 있음"을 거듭 고지한 MBC정상화위원회는 허 전 위원장이 진술을 거부하고 침묵하자 "이와 같이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정상화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하는 것에 해당하고, 조사불응을 이유로 인사처분을 받은 박상후·김세의 기자와 똑같이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이대로 올라가면 허 전 위원장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든가 중징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MBC정상화위원회는 2018년 4월경 당시 김세의 기자와 박상후 기자도 '조사대상자'로 선정한 뒤 이들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3개월간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고 기본급만 지급하는 불이익을 줬다.

또 MBC정상화위원회는 박 기자에게 "2018년 4월 18일부터 27일까지 정상화위원회 사무실에 대기할 것"을 명령하고 "이 기간 지정된 장소에서 대기하지 않을 경우 무단결근으로 징계처리될 수 있다"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法 "근로자의 '존엄성' '인격권' '자기결정권' 보호해야"


재판부는 "MBC정상화위원회는 2008년 2월경부터 2017년 11월경까지 발생했던 비위행위를 조사하고, 징계를 요청할 목적으로 설치됐다"며 "당시 MBC정상화위원회의 질문 내용을 보면, 조사 결과에 따라 허 전 위원장이 향후 징계를 받을 위험성뿐만 아니라 명예훼손·강요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염려까지 있었다"고 짚었다.

실제로 MBC정상화위원회의 모 조사역은 조사 과정에서 허 전 위원장에게 "수사의뢰를 하든가. 이거 수사하고 있잖아 이런거. 어? 거기다가 수사의뢰를 하거나 아니면 허부장을 중징계하면 돼"라고 말했다고 녹취록 내용을 거론한 재판부는 "MBC 경영진은 조사 절차가 종료된 2018년 11월 9일 징계심의를 위해 허 전 위원장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허 전 위원장에 대한 형사처벌 혹은 징계처분이 이뤄질 위험성이 상당했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일반적 인격권, 여기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해당 근로자는 사측의 조사협력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근로자 기본권 침해한 경영진에 법적 책임 묻겠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 MBC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은 "이러한 헌법적 기본권의 침해가 공영방송 MBC의 공식 조직을 통해 일어났다는 점에 대해 심한 충격과 함께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당장 당시 조사를 맡았던 3명의 조사역과 관련 업무를 처리했던 인사부 부장과 국장, 인사위원회 임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징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MBC정상화위원회가 노사합의기구라는 점과 박성제 사장 취임 이후에도 피해자의 소송 제기가 있었음을 볼 때 MBC정상화위원회를 폐지하지 않고 존치하면서 가해자의 편에 서서 소송을 진행해왔던 박 사장과 임원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 MBC노조는 "더 면밀한 검토 후에 형사고발 등 엄정한 법적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최승호 사장 부임 직후인 2018년 1월 19일 출범해 2021년 7월 17일까지 활동한 MBC정상화위원회는 2008년 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사내에서 벌어진 ▲방송 독립성 침해 ▲사실의 은폐‧왜곡 ▲부당한 업무지시 ▲방송 강령 위반 ▲부당 해고 및 징계 등의 인과 관계를 규명하겠다며 총 262명을 조사해 12명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이 중 8명이 MBC노조와 MBC공정방송 노조원이었고, 비노조원은 4명이었다. MBC정상화위원회 주도 세력인 언론노조(MBC1노조)원은 단 1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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